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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전도유망한(?) '유언신탁' 상품…"너무 빨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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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0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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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은행권 '유언신탁' 상품 판매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유언 문화가 낯선데다 법적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들은 인구 고령화 시대를 맞아 기존과 차별화된 상품으로 유언신탁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유언신탁은 유언장 작성ㆍ보관ㆍ공증ㆍ집행까지 모든 업무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은행권 유언신탁서비스의 실제 상품 이용 건수는 터무니없이 적은 상황으로 이미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7월 '하나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 상품 출시 후 6개월 간 체결 건수는 10건 이내. 수탁액은 240억~250억원 정도였다.

우리은행은 90년대 계약자만 일부 있을 뿐 2000년 이후로는 가입자가 없는 상황이며 국민은행 역시 'KB유언신탁' 등 계약 체결 건수는 10건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한은행의 '미래안심서비스' 등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언신탁 상품을 판매해 왔다.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1월 유언신탁 상품 출시 후 1년간 계약 체결 건은 단 2건에 불과했다.

산은 관계자는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틈새시장을 위해 개발하게 됐다"며 "다만, 고객의 60%가 60세 이상일 정도로 주요 타겟이 고령층인데 미진한 마켓 홍보와 정착되지 않은 유언 문화가 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아직까지 유언 문화가 정착하지 않은 한국사회의 특징과 법적 제약에서 비롯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자산노출을 꺼리는 편인데다 유언장 문화도 익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신탁을 하더라도 거의 개인변호사나 공증기관에 맡긴다. 반면 일본은 한 해에 계약체결 건수가 6만 건에 달할 정도로 유언신탁 문화가 발달해 있다.

법적인 제약 때문에 은행이 자유자재로 신탁 업무에 나서기 힘든 탓도 있다. 한 시중은행 신탁팀 관계자는 "은행의 유언 집행 과정과 민법의 상속 절차 등에서 충돌이 있다"고 말했다. 유언신탁 상품이나 서비스 대부분이 유언장 '보관'에만 치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신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상황은 나아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기신탁은 물론 위탁자 사망 이후에야 수익권이 발생하는 유언대용신탁, 수익자 사망 후 제3의 수익권자가 자동적으로 이를 이어받는 수익자연속신탁 등이 도입돼 신탁 업무가 보다 활발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신탁팀의 정진호 팀장은 "유언신탁은 상속 재산을 맡겨 재산 행사를 하거나 공익적 목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도 있어 활용 여지가 넓은 상품" 이라며 "향후 법이 개정되고 유언 문화가 정착된다면 유언신탁은 전도유망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또 "다만 현재 시스템이 바뀌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므로 중산층까지 대상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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