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가 상승압력은 농수산품 등의 공급측면에서 비롯된 거라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효과를 보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이 확대되고 있어 금리 인상을 통해 이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도 있다.
물가관리 당국인 한은으로서는 물가와 경제성장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 한은, 금리인상 카드 ‘만지작’
이어 “공개시장조작 수단의 개선 등을 통해 유동성 조절 능력을 제고하고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확대 공급된 유동성의 환수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연초부터 요동치고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가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만큼 이르면 오는 13일 열리는 정례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
올해 물가 전망이 연 3.5%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인 3.0±1% 이내에 있지만, 유가·농수산물·공공요금 등 물가상승 압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또 기획재정부가 전날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고 밝혔듯, 민간의 물가 상승 기대감이 커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 금리인상을 둘러싼 한은의 고민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염두하고 있지만 금리를 올린다고 물가가 잡힐 지는 미지수다.
최근의 물가 상승세는 농수산물 등 통화정책으로 가격 조정이 어려운 품목을 중심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하며 유가 상승분을 대부분 상쇄하고 있어 굳이 통화정책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실정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유통구조 개선 등의 카드를 꺼낸 것은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으론 해결이 안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경기가 완전히 살아나진 않아 섣불리 금리를 인상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의 물가 동향에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할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식료품과 에너지, 술, 담배 등을 제외한 물가지표인 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1% 수준을 맴돌고 있어 물가상승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럽 등 대외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도 한은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한은은 "주요국 경기, 유로지역 재정문제 영향 등 세계 경제의 상·하방 위험 요인의 추이를 봐가며 금융완화의 정도를 적절히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운용방안에 한은의 이 같은 고민이 묻어난다.
한은은 '물가 안정'에 주안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문구 앞에 '국내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이란 전제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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