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론은 전력생산 및 공급업자인 한국전력이 전기수급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력설비 유지와 관리, 보수에 제 몫을 다해야 한다는 것. 이어 책임론은 ‘정전’이라는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과 원인 규명이다.
특히 이번 여수산업단지 정전사태를 계기로 한전은 피해보상 부분에 있어 일대 전환을 맞게 됐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자사의 고의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입증해야 이번 여수산단 사태의 책임을 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한전과 GS칼텍스 등 여러 입주 기업들은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전문가들을 동원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강풍으로 인한 순간 전압하강, 송전선로 노후화, 전력대란으로 인한 순간 과부하, 특정업체의 전기수급시설 이상 발생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정전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은 한전으로부터 피해보상을 받기 어려웠다.
기업 스스로 한전의 과실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명백하게 입증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관련 규정을 개선할 것을 건의해온데다 이번 여수산단 정전사고를 계기로 민관합동 규제개혁추진단이 칼을 뽑아 든 것이다.
한전의 전기공급 약관 중 면책조항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약관이 개정되면 한전은 앞으로 사고 발생에 잘못이 없음을 분명히 입증해야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정전 책임이 한전에 있는 것이 밝혀지면 정전된 시간의 3배만큼 전기사용요금을 기업측에 배상해야 한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한전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한정됐던 피해배상 범위가 '한전의 직접적인 책임으로 전기공급을 중지한 경우'로 확대된 바 있다.
한편, 이번 정전사태 피해기업 뿐만 아니라 전력품질에 민감한 기업들도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례가 한전과 수요 기업과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짓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만약 법이 개정되면 한전 측에서는 전력수급 안정에 노력을 더 기울이고 업계도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등 보호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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