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건설현장 식당(함바) 비리 같은 대형 비리.부패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외부 통제를 통한 실질적 감찰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아가 대통령의 ‘코드’에 따라 경찰총수를 임명해선 안되며 투명하고 공개적 방식으로 선발해야한다는 인사쇄신책도 제기됐다.
◇민간통제.직선제 선출 등 비리 안정장치 無
함바 비리 사건 후폭풍이 일파만파 번지자 총경 이상 경찰 고위직 553명 중 7.4%인 41명이 함바 운영권 브로커 유상봉(65.구속기소)씨와 접촉했다고 자진 신고했다. 그러나 유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접촉한 총경급 이상이 200명에 달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특히 이들 가운데 70여명과 수시로 통화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도 해왔다고 한다. 대부분이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 통해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경찰 고위직이 강 전 청장 말 한마디에 브로커 유씨와 ‘검은 만남’을 가진 이유는 뭘까.
이웅혁 경찰대 교수(행정학과)는 “경찰 조직은 업무보다는 계급이 우선이어서 전반적 권한이 고위직에 집중돼 있다”며 “고위 간부에 의해 하위직들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비리나 부패의 전파 속도가 광범위하고 빠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미국의 3000개 카운티(군)의 보안관 등은 직선으로 선출되지만 한국의 경우 그렇지 않아서 국민에 대한 책임이나 정치적 책임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찰제는 민간위원회나 경찰위원회 등의 외부적 관리.통제나 직선제 선출 등으로 비리 등을 통제할 기능이 있다. 그러나 한국 경찰 조직은 이런 기능이 없어 관행적 비리나 부패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또 위계적 질서속에서 계급의 힘은 막강하다. 고위층이 부당지시를 통해 비리가 위에서 아래로 하달되고 연쇄적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찰총수, 공개평가방식으로 선발하라
전문가들은 내부고발 문화의 활성화와 민간인으로 구성된 경찰감찰위원회의 실질적 활동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찰청장을 공개평가 방식을 통해 선발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경찰 비리를 캐는 외부 감사관들의 전문성과 독립적 감사 활동을 제고하는 게 관건”이라며 “공정한 감찰을 위해선 경찰조직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식구 감싸기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경찰조직이 독립적 외청인 만큼, 외부적 통제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교수는 “내부 고발을 하는 문화 형성이 필요하고 청문감사관 제도가 형식적 감찰에 그쳐선 안되고 실질적 활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민간인으로 구성된 감찰위의 권한도 제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경찰청장을 비롯한 고위직 인사가 공정한 평가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게 문제”라며 “범죄 통제력, 대국민 편의 제공 등 공정한 인사평가기준을 통해 공개적으로 경찰총수 등을 선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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