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합니다. 박완서 선생님을
2011년 새벽 3시30분 인문자(人文自) 곽영길
나는 사랑합니다.
인간주의자 박완서. 15년전 어느날인가,
오랜만에 모교 숙명여고를 홀연히 방문했던 날.
새로운 것, 배움에 대한 열정을 잔잔하게 강조하셨던 그 날.
숙명인은 말했다지요.
한치의 뻐김도 없는 순수한 후배사랑에 맑을 叔 밝을 明 숙명인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나는 사랑합니다.
문화주의자 박완서. 거동하기 부쳐가던지,
참위로와 힘의 문학을 배시시 말씀했던 날.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 돼보고 싶었다고 수줍어 했던 그 날.
문화인들은 말했다지요.
끝까지 글들을 쓰고 싶다는 문화사랑에 글월 文 될 化 문화인인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나는 사랑합니다.
자연주의자 박완서. 한 오년전 어느날인가,
민원서류봉투 챙기시고선 구리시 찾아오셨던 날.
아차산 끝, 계곡앞 숲속 귀퉁이 자연파괴 분개하시던 그 날.
구리인들은 말했다지요.
수줍은 소녀의 당찬 아차산 자연사랑에 아홉 九 마을 里 구리인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나는 사랑합니다.
인간(人間), 문화(文化), 자연(自然)을 한없이 사랑하신 박완서.
1993년 3월에 소말리아 난민촌을 방문한 이래
앙상한 영양실조 아이들 때문에 식사조차 못하셨다는 인간사랑.
1970년 늦깎이 소설가로 한국문단 등단한 이래
6·25 상처까지도 켜켜이 보둠어 살아가는 씨줄 짜내신 문화사랑.
생끝자락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의 마지막서
씨를 품은 흙의 기척은 부드럽고 따숩다던 죽음초월의 텃밭사랑.
나는 사랑합니다.
아차산 앞뜰의 한강(韓江)같은 그의 상선여수(上善如水)
너그런 인품과 포용(包容)하는 그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오욕(五慾)과 칠정(七情) 벗어난 그의 천국환희(天國歡喜)
나는 사랑합니다.
서양의 오드리헵번보다 해맑고 고운 한국의 박완서 선생님.
인간(人間), 문화(文化), 자연(自然)을 끝자락까지 사랑하셨고,
그들또한 영원히 사랑할 박완서 선생님을.
영면하소서.
인문자(人文自) 드립니다.
*구리시장님을 비롯한 구리시민들... 선생님이 사셨던 아치울 약수터에 박완서 시 비부터 세워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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