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의 ‘2008년도 응급실 손상환자 표본 심층조사’에 따르면 응급실을 방문한 자살시도 환자 및 자살사망 환자의 약 44%(남자 47%, 여자 42%)가 음주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의 사망률 주간보고서(MMWR)는 2005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내 17개 주에서 자살로 사망한 1만8,994명 중 혈중알코올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나타낸 사람이 33.2%에 달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맹호영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과장은 “우리나라 자살사망자 추이를 살펴보면 1998년 IMF 당시 급격히 상승하였다가 2000년도 초에 감소된 이후 2005년에 다시 상승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해당연도 음주율이 1998년 52.1%로 상승한 이후 2001년 50.6%로 감소세에 접어들다 2005년에 59.2%로 다시 상승했다는 점에서 음주가 자살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살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음주량을 줄이는 보건학적 접근과 치료서비스와 같은 의료적 차원 등의 포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웅구 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알코올 중독은 우리 뇌의 충동을 참는 능력을 저하시켜 자살, 폭력, 사고, 범죄를 포함한 다양한 병적 행동을 이끌어내기 쉽다”며 “술에 대한 갈망과 발동을 막아주는 약물을 통해 치료하거나 술자리를 피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건전한 취미활동을 갖는 등 전반적인 생활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과 과장은 “음주는 우울감과 충동성을 증가시키고 행동억제력과 판단력을 저하시켜 자살위험율을 증가 시킨다”며 “때로는 음주가 자살시도자의 자살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을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이용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민성호 연세대학교 원주기독병원 정신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체계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수립한 자살예방정책이 부족하다”며 “음주와 관련된 자살실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를 반영한 효과적인 자살예방 정책수립 및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심포지엄을 주관한 박재갑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일반 국민들에게 우리나라 자살율이 OECD 1위, 한국인 사망질환 4위라는 점은 널리 알려졌지만 음주가 자살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라며 “특히 청소년과 취약계층의 알코올에 대한 접근성을 차단하는 정부차원의 정책과 알코올 문제를 갖고 있는 이들에 대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예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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