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만찬에서 “현행 헌법은 만들어진지 30년이 다 돼 가기 때문에 모든 상황이 바뀐 21세기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면서 “개헌을 논의하려면 당에서 제대로 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개헌논의를 시작하면 권력구조만 얘기해선 안 된다”며 “기본권이나 여성 문제, 기후변화 관련 사항 등 헌법조문 전체에 걸쳐 바뀐 세상에 맞는 구조와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당 안팎에선 즉각 친이(친 이명박)계 주류 측의 개헌 공론화 시도에 이른바 ‘이심(李心)’이 반영돼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잇따랐다.
더구나 이 같은 관측은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초 25일로 예정했던 개헌 관련 의원총회를 설 연휴 뒤로 미루기로 한 사실과 겹치면서 “개헌논의에 대한 당내 우호적 여론조성을 위해 안 대표 등 지도부가 ‘시간 벌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을 낳기도 했다.
현재 당내엔 친박(친 박근혜)계는 물론, 친이 비주류 측에 이르기까지 개헌논의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나경원 최고위원과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잇달아 출연, “현 시점에서의 개헌논의는 맞지 않는다”며 거듭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이처럼 논란이 커지자 결국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통령과의 만찬에 함께했던 김 원내대표는 언론 간담회를 자청, “(대통령의 개헌 발언은) 평소 하던 얘기로 지나가던 말이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아울러 그는 “대통령이 ‘개헌은 당이 중심이 돼서 할 일인 만큼 청와대는 일체 말하지 말라’고 했다”는 임태희 대통령실장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와 임 실장의 경우 전날까지만 해도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개헌 얘기는 일체 없었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어 이 같은 해명을 곧이곧대로 듣긴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김 원내대표는 “개헌은 이번 회동의 주제가 아니었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이미 한나라당은 다시 ‘개헌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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