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국제유가가 요동치면서 국내 기름값 논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고유가 논쟁의 중심에는 매번 같은 메뉴가 오른다. ‘기름값 폭리 의혹’과 ‘유류세 인하요구’가 그것이다. 논쟁의 초점을 바꿔 볼 수는 없을까.
해마다 유사석유로 탈루되는 세금이 4~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년간 징수하는 유류세(약 22조원)의 20%가 넘는 수준이다. 즉 새는 세금만 막아도 유류세를 내릴 여지가 생긴다는 얘기다.
유사석유를 차단하기 위해 처벌 강도를 높이라는 주장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매달 수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기는데 과징금은 최대 5000만원이니 무서울 리 있겠냐”는 것.
정부는 타 업종과의 형평성 때문에 이 문제를 차선으로 미룬다. 하지만 나라 전체가 기름값에 들끓는 판에 특단의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카드수수료도 마찬가지. 기름값의 카드수수료는 1.5%다. 주유소의 영업마진(비용포함)이 4%라는데 이 중 1.5%니 상당하다. 문제는 이 속에 기름값의 절반이 넘는 세금분 수수료가 포함된다는 것. 업계가 세금분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이유다.
정부가 이를 반대하는 걸림돌도 역시 ‘형평성’이다. 하지만 다른 품목에 비해 유류세가 높은 것도 사실이니, 형평성을 따지면 유류세분 수수료를 조정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업계의 주장처럼 카드수수료가 기름값에 전가돼 소비자에게 부담이 돌아간다면 더더욱 그렇다.
수수료를 내린다고 꼭 기름값이 내린다는 보장은 없지만, 매번 소모적인 폭리나 유류세 논쟁보다 이처럼 현실성 있는 대안들을 손질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주유소를 8년간 취재했던 어떤 기자는 “내가 주유소를 하면 꼭 유사석유를 팔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지금의 시장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