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불교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대한불교청년회(회장 정우식)가 긴급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은 국가수장으로서 국격을 훼손시키지 말고 제발 체통을 지키라”고 비판한데 이어, 불교 관련 매체들도 앞다퉈 ‘성난 불심(佛心)’을 전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일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도 “무릎 꿇고 기도하자”는 길 목사 말을 듣고 순간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현장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통상 대통령이 참석하는 외부 행사는 경호 등을 이유로 의전을 포함한 참석자들의 동선(動線)과 위치 등 모든 사항을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정한다. 특히 이번 기도회와 같은 대규모 행사의 경우 참석자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청와대는 주최 측보다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참석자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상황에서 대통령도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고 이해를 구하면서도 “기도 방식 등을 세심히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야당인 민주당 김진애 의원도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청와대와 사전 협의 없었다는 한기총. 이건 공적 프로토콜에 어긋납니다”며 “대통령, 곤혹스러우셨겠습니다”고 적었다.
그러나 조국 서울대 교수는 트위터 글에서 “향후 불교계에서 유사한 행사를 제안해 MB(이 대통령)가 사찰을 방문할 때 사회자 스님이 ‘자, 우리 모두 부처님께 3배을 올립시다’라고 제안하면 어떨까”란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의 연이은 ‘종교 논란’을 지적한 것이다.
‘소망교회 장로’인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시 “서울 봉헌” 발언에서부터 시작해 대통령 취임 후에도 정부 요직 인사의 기독교도 편중, 국토해양부·서울시 교통정보 시스템의 사찰 표기 누락, ‘촛불시위’ 관련 조계종 총무원장 차량 과잉 검문, 봉은사의 조계종 직영사찰 지정 ‘외압설’, 그리고 작년 말 국회 예산처리 과정에서의 템플 스테이 지원 사업 예산 누락 등의 논란으로 불교계와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왔다.
한편 김희정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이 대통령의 기도 논란에 대해 “지금은 할 말이 없다”며 “다만 청와대 자체 행사와 외부 행사엔 차이가 분명히 있음을 봐달라. 내부 행사는 전반을 일일이 점검할 수 있지만 외부 행사는 달리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