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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 日 '와타나베 부인'의 귀환…세계경제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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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3-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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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캐리' 대거 회수로 엔화 강세…'과거 사례' 따를지 주목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도호쿠 대지진으로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의 귀환’이 현실화되고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대거 회수되면서 세계 외환·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지고 있다.

한신 대지진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시 최장 3개월까지 엔화가치는 고공행진을 벌이곤 했다. 이번에도 같은 상황으로 보인다. 일본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긴 하지만 아직 미국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 위치에 올라 있지 않은 엔화의 흐름은 경제학적으로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마다 한국을 비롯해 이머징 국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환차익에 따른 수출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 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에도 같은 상황을 재현할 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 이상한 엔화흐름…“불확실성 커 예단 금물”

16일 엔·달러 환율은 오후 3시 10분 현재 80.84엔에 거래되고 있다. 대지진 발생 이후 엔·달러 환율은 1엔 이상 급등하며 83엔대로 상승하는 등 엔저흐름을 보였지만, 곧바로 80엔대로 하락했다.

이처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데도 엔화 가치가 초강세를 보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일본 엔화는 일반적인 자금 흐름과 정반대로 움직인다. 글로벌 자금시장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일본정부가 환율방어 의지를 보이기도 전에 엔화 가치는 이미 강세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세계금융시장이 불안하거나 이번 지진처럼 일본에 악재가 발생하면 투자자금을 회수하려고 든다.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들이 투자했던 엔화를 다시 거둬들이면서 수요가 급증,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국제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 향후 엔화 흐름에 대한 견해는 대부분 과거와 같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지주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지진 사태로 엔화강세가 보이지만, 80엔대에서 당분간 왔다갔다 할 것이다”며 “초강세로 가긴 어렵고 일본에 급격한 충격이 온 만큼 안개가 걷히게 되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엔화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경제전문가 “수출경쟁력 제고 노력이 관건”

통상 한 국가에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나 한파와 같은 이상기후가 발생하면 자국 통화 가치는 떨어지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대지진으로 엔캐리 트레이트 청산 수요가 증가하고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작동하면서 엔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번 대지진 역시 배경은 다르지만 일본 정부가 향후 국가경제 방향을 가늠할 시점에 와 있다는 점에서 ‘잃어버린 10년’의 회복과정을 떠오르게 한다.

일본 중앙은행(BOJ)는 이번 대지진 이후 무려 23조 엔에 달하는 자금을 긴급 방출했다. 엔화가치 급등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엔화는 국제 스팟 마켓이 형성돼 있어 이 같은 자금으로 외환시장 향방을 변화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다. 일본 정부가 소위 스무딩 오퍼레이션이라도 펼치려면 공시적인 어나운스를 한다. 대지진 전에도 지난해 말 일본은 엔화방어를 위해 대규모 시장개입을 선언하면서까지 엔화환율 하락에 나섰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더구나 ‘디플레’ 상황인 일본은 대규모 재정적자 부담을 지고서라도 경기부양을 계속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성급한 금리인상은 경기부양은 커녕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증가시키고 가계부실→국가경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금융팀장은 “일본은 과거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단히 빠른 회복을 보여 왔다. 한신 대지진 당시에도 거시경제는 거의 변함이 없었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라며 다만 “장기적으로 원전 폭발과 같은 사례가 과거와는 달라 장기적으로 볼 때 어떻게 될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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