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은 지난해 100억 달러 어치의 뮤추얼펀드 자금이 유입되는 등 금융시장 규모가 660억 달러에 이르는 이슬람 금융허브로 주목받았다. 바레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자본 비중은 90%가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니파 지배층의 권력독점에 항의하는 시아파 국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잇따라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에는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위진압을 지원하기 위해 1000명의 병력을 파병하자,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반발하는 등 바레인 사태는 이슬람 종교분쟁으로 번지며 국제전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날에는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돼 바레인 금융당국이 주식시장의 거래를 중단시키는 등 바레인 금융시장은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이날 바레인의 국가신용등급을 'BBB'로 두 단계 강등했다.
그 결과 바레인 국채의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고, 바레인 정부는 금리 부담 탓에 10억 달러 규모의 차입 계획을 연기했다.
5년 만기 바레인 국채의 CDS 프리미엄은 이날 349.7베이시스포인트(bp·1bp는 0.01%포인트)를 기록했고, 통화 선물도 최근 수년래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그 사이 바레인 금융시장에서도 상당액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날 부유층의 프라이빗뱅킹(PB) 예치금 가운데 최대 20%가 최근 몇 일 새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권에서는 바레인의 정정불안 사태가 오래 지속되면 장기 투자가들도 영향을 받게 돼 바레인의 금융허브 위상이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존 스파키아나키스 방크사우디프란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바레인에 들어온 자금은 대개 장기자금"이라며 "만약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이 몇 달 정도 이어지면 이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며, 그렇게 되면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바레인이 사우디가 주도하는 걸프협력협의회(GCC) 회원국인 점을 들어 GCC의 지원으로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바레인 왕정이 무너지면 사우디를 비롯한 GCC의 다른 회원국들이 연쇄충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GCC는 정정불안 사태를 겪고 있는 오만에 향후 10년 매년 1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