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6000명의 회원을 가진 미 언론인 조합(Newspaper Guild)은 최근 “허핑턴포스트가 블로거, 기고가 등 그동안 무료로 저술 활동을 해온 사람들에게 보상을 하지 않았다”며 파업에 들어갈 것을 권고했다. 블로거들이 그동안 허핑턴 포스트에 올린 글들을 모두 거두고 정당한 보상을 할 때까지 활동을 중단한다는 결정이다.
이에 대래 자칭 진보적 미디어라는 허핑턴 포스트의 모습은 영리 목적의 일반 기업과 다를 게 없다. 개인 블로거와 비슷한 수준으로 허핑턴 포스트를 시작해 성공을 거둔 사주 애리아나 허핑턴은 “그들은 자신들이 글을 쓰고 싶다는 열정에 의해 일을 한 것이지 누가 시켜서나 또 허핑턴 포스트로부터 돈을 받겠다는 생각에서 한 것이 아니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회사 측은 더 나아가 “파업을 할 테면 하라”고까지 의사를 피력했다고 한다. “글을 쓸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는 게 이유다.
이에 대해 현재 미국에서는 군중들이 모여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결국 돈을 받고 팔만한 가치가 생긴 인터넷 콘텐츠의 주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이처럼 큰 돈을 받고 회사를 매각했을 때 그동안 콘텐츠를 채우던 사람들에 대한 보수는 어찌해야 하는가도 관심이다.
허핑턴 포스트 측은 “우리는 블로거, 기고가들이 글을 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준 것”이라며 “이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과 자신의 글을 노출시킴으로써 별도의 다른 보상을 받을 가능성을 만든 것이지 허핑턴 포스트가 직접 돈을 줘야 할 의무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약 30년 전 LA의 한 코미디 나이트 클럽에서 있었던 일을 예로 들며 30년이 지나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미 최고 코미디언으로 꼽히는 데이비드 레터만이나 재이 레노도 당시 이 클럽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했었는데, 쇼가 대히트를 쳐서 업주는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나 정작 쇼를 하는 코미디언들에게는 돈을 주지 않았다. 업주는 허핑턴 포스트와 똑같은 입장이었다. “무대를 제공하고 코미디언이 쇼를 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인데 왜 돈을 주냐”고 반문했던 것이다.
이에 반발해 레터만과 레노까지 파업 대열에 나섰고, 이후 업주는 이들에게 급여를 주기 시작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일단 웹 이용자들의 트래픽이 어느 수준 이상만 되면 기업 광고나 후원을 받게 되고, 결국에는 회원수, 일일 접속량, 이용자들의 해당 사이트 로열티 등을 평가해 웹 사이트 매각이 성사되게 된다.
미주에서는 수년 전 미시유에스에이닷컴(www.missyusa.com) 매각으로 이용자들이 허핑턴 포스트 블로거들처럼 강하게 반발한 적이 있었다. 10여년전 한국의 한 포털 카페로 시작한 이 사이트는 ‘카페 주인’이 이후 독립 사이트로 발전시켰고 미주에서 한인(여성 중심)들이 가장 많이 접속하는 곳이 됐다. 결국 한 기업이 이를 고가에 사들였고 이용자들은 “이 사이트를 이렇게 만든게 누구냐”며 반발했지만, 법적으로 소유권은 이 사이트를 등록한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결국 허핑턴 포스트도 비슷한 모습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한 두 사람도 아닌 블로거들에게 그간 수년간 글을 올린 대가를 계산하기도 힘들 뿐더러 회사 등기 상에 소유권이 분명하게 ‘애리아나 허핑턴’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의기투합해서 무상으로 큰 매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주인이 대부분의 열매를 취하는 게 인터넷 매체의 큰 특징이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허핑턴 포스트가 계속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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