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 도자기, 중국에선 1000억에 팔렸을 것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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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0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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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공창호 '고미술전문' 마이아트옥션 회장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경매전날까지 설레서 잠을 못이룰 정도였어요. 최소한 25억~30억에 팔릴거라고 예상했었습니다. 만약 중국에서 경매됐다면 아마 1000억에도 낙찰됐을겁니다."

공창호(64) 마이아트옥션 회장은 "국보급 도자기 '백자청화운룡문호'가 18억에 낙찰된 것은 아직도 아쉽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17일 열린 마이아트옥션 제 1회 경매에서 이 도자기는 국내 고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이 도자기와 같은 종류인 백자청화운룡문호는 지난달 22일 뉴욕크리스티에서 389만500달러(한화 약 43억6700만원)에 낙찰됐다. 두 도자기는 황제를 상징하는 5개의 발톱으로 표현된 '오조용준'이라 더욱 주목받았다.

"중국 경매장에 가봤는데 엄청나더군요. 한사람이 아예 패들을 들고 있어요. 팔이 아파서 내려야 다른 사람이 몇점 살정도로 한사람이 몽땅 사들이는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문화는 국력이라는 말 실감했습니다."

올 국내 미술시장은 마이아트옥션의 등장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고미술품 200여점을 출품한 마이아트는 낙찰률 78%, 총 낙찰가 53억5600만원을 기록, 고미술시장에 봄바람을 몰고왔다. 실적으로만 보면  서울-K옥션을 눌렀다. 덕분에 IMF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간 침체기를 보낸 고미술 시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다.

신생 경매회사지만 공창호 회장이 설립한 마이아트옥션은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44년 인사동 터줏대감 공회장은 우리나라 최고 고미술품 감정가로 유명하다. 국내 고미술은 그의 손에서 진위가 판단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감정한 작품과 거래한 작품만 수천, 수만점에 달한다는 그는 문화재 사랑이 각별했던 고 이병철 회장이 인정할 정도였다.

80년대 이 회장이 호암미술관등을 세울 무렵 미술품 수집에 열정적이었을때 가짜와 진짜를 가려내는 공회장의 심미안에 탄복할 정도였다는 것. 이후 그는 한독약품 박물관 김신곤 회장, 동방유량 신성수 회장, 한국 베링거인겔하임의 한광호회장등 국내 미술관 박물관 설립에 조언을 하며 그는 고미술계서 유명인사가 됐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감정논란으로 풍파를 겪었다. 윤두서의 미인도, 고산구곡도의 사건에 휩쓸려 법정을 오가기도 했다.

최연소 감정위원장, 최연소 고미술협회회장을 하면서 마음고생도 심하게 했다. 가짜를 진짜로 찍어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협박도 받았다. 지금은 공석을 떠났지만 아직도 불신으로 가득한 고미술시장이 안타깞다고 했다.

공 회장은 "고미술업계 이야기를 하면 무궁무진하지만 제살깎기"라면서 "고미술시장에 돈이 들어오는데 서로 비방하는 것은 머리나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며 더이상 말을 잘랐다.

그는 "위조품 유통과 가격 감정의 문제로 인한 낮은 시장 신뢰도가 문제"라며 "미술시장이 상생하려면 컬렉터와 딜러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매사를 차린 공 회장은 늘 기분이 좋지만 요즘은 2% 더 좋다고 했다. "정양모 (전 국립고궁박물관)관장이 발걸음을 해 고미술전문 경매사를 차린 것에 극찬해주셨다"며 "낙찰률도 좋았지만 학계 딜러 업자들이 대거 전시장에 나와 한자리에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수 있어서 무엇보다 큰 성과였다"고 말했다.

프리뷰를 통해 원로들과 업자들에게 공개하며 태클걸리는 작품은 모두 뺐다. 그는 "옥석이 섞이면 안된다"며 욕심을 버렸다고 했다.

"서로간에 불신이 팽배해 전시장에 얼굴도 안비치던 사람들이 마이아트옥션으로 고미술업계 붐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면서 "앞으로 고미술 아카데미를 운영, 작품 보존하는 법, 감정하는 법, 감상하는 법까지 체계적으로 교육할 예정"이라고 공회장은 말했다.

그는 "미술품은 있어야 할때 있고, 걸려야 할때 걸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창고에 방치하듯 보관되어 곰팡이 나고 썪은 작품을 볼때는 속이 끓어오른다고 했다. 그래서 아직도 거래했던 회장님들 집에 있는 방치된 작품들을 수천만원을 들여 복원도 해주고 있다고 했다.

공회장의 사무실엔 12세기 고려백자 원황연적, 15세기 구기불 항아리가 쇼파옆에 놓여있다. 고려백자 원황연적은 청자 100개를 줘도 안바꾼다고 했다. 그는 좋은 것은 가까이 두고 즐겨야 한다며 사무실을 찾는 손님들과 고미술 이야기로 화기애애했다.

"아직 젊다"는 그는 고미술발전을 위해 앞으로 할일이 더 있다며 열정을 보였다.

"서화박물관을 건립할 것입니다. 고미술이 이렇게 많은데 이제껏 서화박물관하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일입니다. 고미술은 혼자만 즐기면 안된다는게 제 지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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