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환율 동향은 외국인 자금 동향과 물가 상승세, 외환당국 개입 여부 등이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당분간 하락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 '미끄럼' 탄 환율… 위기 이전 수준
글로벌 경기불안에도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가 커지며 원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값은 1091.10원으로 전일 대비 5.60원 떨어지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이전인 지난 2008년 9월 8일(1081.40원)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은 올 들어 북아프리카·중동(MENA) 지역 정정 불안과 일본 대지진 여파로 오름세를 보였으나, 안전자산 선호현상 강화로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가 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3월 무역지수가 31억1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등 한국 경제의 양호한 펀더멘탈이 확인되자 외국인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13거래일 연속 3조6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인 점도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정부가 환율 하락을 용인하고 있는 점도 환율 하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들어 3개월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었고, 특히 3월에는 5%에 육박했다. 외환·물가 당국 입장에서는 수입물가를 낮춰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제한할 필요가 생겼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일본 대지진에 따른 악재와 중동지역 정정불안, 유럽발 재정위기 등 불확실성이 많음에도, 시장의 기대심리가 높은 만큼 큰 폭의 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현재 환율 하락 속도는 점진적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여기에 채산성을 맞출 것이므로 가격 경쟁력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 하락기조 전망 우세… 바닥은 어디?
현재 시장에서는 환율 하락세가 완만한 속도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물가안정’이란 당국의 포지션을 확인한 만큼 환율 하락 쪽에 무게를 두고 베팅할 가능성이 커, 환율은 당분간 하락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또 △실질실효환율(REER) 대비 원화 저평가 국면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양호한 펀더멘털 △대내외 증시 호조 △경상수지 흑자 기조 △기준금리 인상 기조 △미국 경기 호조에 따른 글로벌 달러 약세 등도 환율 하락 전망을 뒷받침한다.
SC제일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REER 기준으로 봤을 때 원화는 과거 10년 평균 대비 7.8% 낮아 저평가 돼 있다”며 “아시아 통화 절상이라는 전반적인 추세를 감안해 원화에 대한 중단기 비중확대 전략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SC제일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올 2분기 말까지 1090원대에 머물다 3분기 1080원, 4분기 105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080원선을 지지선으로 올말까지 1050원선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환율이 1050원까지 내려가는 발걸음 더딜 것으로 보인다.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 하락과 환차익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우려, 당국의 소극적 개입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리서치 팀장은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은 지금의 물가 급등세에 따라 원화 강세를 가져가야만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물가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만큼 당국의 소극적인 입장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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