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가는 중동산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10 달러를 호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필품이라 할 수 있는 국내 휘발유값은 ℓ당 2000원을 넘은 지 오래다. 상황이 이런데도 가격안정을 꾀하겠다던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 운영은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 말까지 내놓고자 했던 석유가격 TF 연구 결과는 오히려 논란만 부채질한 채 부처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식경제부 TF팀 관계자조차도 "여러가지 경로로 생산되는 석유 가격에 대해 일률적으로 원가를 산정하기는 어렵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을 정도다.
반면 이날 SK에너지는 7일부터 SK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ℓ당 100원씩 할인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정부가 TF 결과를 놓고 방황하는 사이 민간기업이 먼저 파격적인 결정을 한 것.
이번 조치에 대해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고유가로 인한 국민들의 부담을 나눠지겠다는 SK에너지 가격 인하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며 오히려 생색을 냈다.
올해 전국 축산농가를 시름에 앓게 했던 구제역 여파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젖소를 대량으로 살처분하면서 우려했던 우유 공급부족이 현실화되면서 가격인상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흐름대로 가다가는 상반기 내 소비자물가가 심리적인 마지노선인 5%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 보기가 무서울 정도라는 주부들의 말이 나돌고 있어도 뚜렷한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는 그러나 이달 말까지 이동통신 가격인상 방안을 내놓는다든지, 할당관세 품목을 늘리겠다는 식으로 그동안 꺼내든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단기대책의 핵심을 이뤄야 할 유류세 인하방안을 꺼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에도 귀를 닫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전년 동월비가 아닌 전월비를 근거로 들어 물가가 하향추세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변동이 국내 시장에 추후에 적용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연구소 실장은 "물가상승세를 그동안 농수산물이 주도했기 때문에 농수산물 가격이 내려가면 물가는 잠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국내 유가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크고 이러한 여파가 1~2주 후에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상승세가 3월에 정점을 찍고 4월 이후 안정될 것이라는 것은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물가안정을 단언할 수 없는 이유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생산자물가가 여전히 높고 개인서비스 요금을 중심으로 인플레 기대심리가 확산되는 추세"라며 "지난해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보면 전월 대비 소폭 감소했다가 4월에 다시 오르는 경향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좀 더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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