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현대캐피탈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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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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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이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평소 철저히 관리한다던 고객정보가 해킹 한번에 대량으로 유출돼 보안상 구멍이 뚫려 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42만명이나 되는 고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도 모자라 고객 1만3000여명은 아예 대출거래의 비밀번호를 포함한 고급 신용정보를 해킹당해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해커로부터 훔친 고객정보에 관한 협박 메일을 받기 전까지 2개월 동안 해킹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정 사장을 궁지로 더 몰아세우고 있다. 캐피탈 업계 1위로 가장 많은 수의 고객과 금융거래를 하며 신뢰를 쌓았으나 단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정 사장은 결국 해킹사건 후 가진 긴급 기자회견 자리에서 "(고객들에게) 죄송하고 수치스럽다"며 머리를 숙였다. 다소 목이 메는 듯 말끝을 흐리기도 해 평상시 자신감 넘치고 솔직한 화법을 구사하던 그의 모습과 대조를 이뤘다.
 
사실 내부에선 해킹 사실 공개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해킹 전모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민감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될 경우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 최초의 사례라는 오점에 그치지 않고, 공개적으로 비난이 쏟아질 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공론화를 결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다.
 
하지만 가능한 한 숨김없이 고객에게 정보를 공개하자는 정 사장의 뜻이 반영됐고, 실제로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정 사장은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솔직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추후 책임질 일이 생기면 책임을 반드시 질 것"이라고도 강조해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으로 현대캐피탈 보안이 허술했던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해커와 협상을 거절하고 공개키로 한 방식은 금융업계의 또 다른 첫 사례로 기록해둘 만하다. 사실 인정에 이어 고객정보 보호를 위해 책임을 다하는 정 사장만의 위기관리 능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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