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의 중국이야기 13-4> 중국 민요 ‘아리랑’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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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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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중국속의 ‘아리랑’<br/> '원조 한류'의 억울한 중국 귀화

(아주경제 최헌규 기자) 1년 동안의 연수기회를 얻어 지난 2000년대 중반 베이징 대학에서 한어와 경제 문화 영화 등의 과목을 공부할 때의 일이다. 우리 국제반은 학생이 모두 12명이었는데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학생, 한국계를 포함한 미국 학생 세명에 태국 캄보디아 북한 일본 학생 각각 한 명 등 다양한 국적의 혼성 집단이었다.

이런 특성때문에 우리 반은 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 자기 나라 전통문화와 중요한 자랑거리를 강연식으로 발표하는 기회를 가졌다. 나는 한글과 김치,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직지심체요절을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전통 문화유산으로 소개했다.

당시 북한 학생은 한복과 주체사상을 주제로 강연을 했고, 한국계 미국 여학생은 링컨의 노예 해방을 소개해서 흥미를 끌었다.

거의 한달에 걸쳐 각자 자국 문화에 대한 소개 순번이 다 돌아 가자 이번에는 중국인 강사 리 선생의 차례가 돼 영화와 음악 중심으로 중국의 문화를 소개했다. 그는 처음에 ‘궈녠(過年 설쇠기)’이란 영화를 보여줬다.

도시로 출가한 형제자매들이 설을 보내기 위해 부모가 있는 고향집에 모여들지만 형제간의 불화와 부처간의 이해다툼으로 집안은 금새 시끄러워진다.

주식투자 실패와 직장생활의 애환, 금전으로 인한 가족들간의 반목, 영화는 1980년대 초 갑자기 맞이한 시장경제 체제의 전환기속에서 중국인들이 겪는 인생살이의 다양한 고민과 갈등을 묘사하고 있었다.

리 선생은 한 두개의 영화를 더 보여줬는데 그중 하나는 아름다운 산골 마을 풍경을 배경으로 한 시골처녀의 풋풋한 사랑 얘기가 큰 줄거리로 중국의 토속적 서정이 물씬한 장이머우(張藝謀) 영화 였던 것 같다. 리 선생은 영화 강의가 끝난 뒤 중국의 민간 가요를 소개하겠다고 했다.

먼저 소개한 노래는 ‘칭짱가오위안(靑藏高原)’으로 중국 칭하이(靑海)성 시짱(西藏 티베트)일대 고원에 대한 경외와 그리움, 아름다움을 노래한 찬미가와 같은 것이었다.

이 노래의 주인공은 한홍이라는 중국 최고의 국민가수로서 중국 가수중에서 가장력이 가장 뛰어난 가수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의 창과 같이 늘어지는 민요조의 고음 가락을 자신만의 특유의 창법으로 아주 유연하게 불러제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어 타령조의 졸릴 듯한 선율의 노래가 몇 곡 더 흘러나온 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면서 잠이 확 깨는 음악이 서너평의 작은 강의실을 뒤흔들어놓는게 아닌가.

‘심심 산촌에 백도라지 한 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 철철철 다 넘는다...지화자 좋다 얼씨구 좋구나.’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사이 또다시 이보다 더 친숙한 노래가 메들리로 이어지고 있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

중국인 교사가 10개 나라의 학생들이 모인 강의실 안에서 도라지 타령과 아리랑을 중국 민요라고 소개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장이었다. '원조 한류' 아리랑이 언제 중국으로 귀화라도 한 것일까. 북한 학생은 물론 한국계 미국인 여학생 까지도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에 멀뚱한 표정을 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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