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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보상태' 빠진 FTA, 농산물 시장 개방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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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2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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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FTA 추진 현황·향후전망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한미 FTA가 4년째 교착상채에 빠져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07년 6월 한미FTA 협정문에 서명하고 추가협상까지 했지만 오늘날까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정식 서명한 한-유럽연합(EU) FTA는 야권의 반대 속에 비준안 통과가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한·중·일 FTA는 1999년 3국 정상회담에서 처음 제안된 이래 2003년부터 7년 간의 민간공동연구, 2010년 세 차례 산·관·학 공동연구 등을 거쳤지만 8년째 뚜렷한 성과 없이 연구만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진난해 10월 FTA에 공식 서명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전 세계 44개국과 FTA를 체결한 명실상부한 동아시아 FTA 허브국가로 부상했지만, 아직까지 외형에 비해 내실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한-EU FTA 협정문 번역 오류 문제 등 지엽적인 문제로 인해 비준동의까지 연기되면서, 정부의 FTA 추진전략에 '빨간 불'이 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미국 전자업체인 월풀사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하단냉동고형 냉장고를 덤핑 판매했고 한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했다며 상무부에 제소하고, 미 상무부는 이를 받아들여 이날 조사를 시작하면서 한·미 FTA 비준을 앞둔 양국 통상관계에 악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싱가포르(2006), 유럽자유무역연합(EFTA·4개국·2006), 아세안(10개국·2007) 등 모두 16개국과 FTA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에 서명한 EU(27개국)와 2007년 서명한 미국 등과는 협상 비준만을 남겨두고 있다. 또 페루와는 협상 타결에 합의했고, 호주·터키·콜롬비아와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캐나다·멕시코 등 9개국과는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인도와도 FTA에 준하는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발효했다.

통상전문가들에 따르면 한-EU FTA가 올해 7월 발효되면 우리나라 교역에서 FTA가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하고, 미국·페루·터키·호주·콜롬비아 등과의 FTA가 최종 성사되면 그 비중은 50%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다 한·중·일 FTA가 순탄대로를 달린다면 FTA는 한국의 단일 교역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3일 방한한 길라드 호주 총리도 경제4단체가 주최한 간담회 기조 연설에서 “한국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자 한다”며 “한·호주 FTA는 잠재력이 상당한 협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호주의 4대 무역 대상국”이라며 “한국 경제는 호주와 상호보완적”이라며 한·호주 FTA의 조속한 타결을 강조했다.

정부는 FTA 추진 전략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황인상 통상교섭본부 정책기획과장은 "무역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한국이 FTA를 해야 하는건 자명한 사실이다. 국민적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농업부문을 개방하지 않으면 상대국에서도 유리한걸 주지 않기 때문에 이 역시도 우리가 안고 있는 숙제다"라고 말했다.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중·일 FTA는 양자간 체결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과 일본도 한·중·일 FTA를 맺기 보다는 한국과의 양자 FTA를 맺는데 더 관심을 쏟고 있다.

무엇보다 3국 FTA와 관련해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특히 한국과의 양자 체결을 통해 동북아에서의 경제적 주도권을 쥐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 13일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김황식 국무총리의 방중 당시 "5월에 한중 FTA 협상을 개시하자"고 공식 요청을 했다. 이어 15일 천 상무부장이 "한두 달 안에 FTA 문제를 한국과 다시 토론하겠다"고 언급한 것만 봐도 중국은 이미 정부 차원에서 한·중 FTA에 공을 쏟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황인상 과장은 “일본과의 FTA 체결은 한마디로 '냉랭'하고 중국과의 FTA는 '관심과 우려가 강한 상황'이라 같은 선상에 놓고 보기 어렵다"면서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경제논리로 중국부터 가자(체결)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일본내 관세는 거의 없는데 지금의 상황에서 더 버릴 것도 없으니 쉬운 일본부터 가자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관련 기관들과의 입장차도 있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내비쳤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 중국과의 FTA 체결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일 FTA의 경우 일본이 자국의 농산물 시장을 60% 이상 개방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2004년 협상이 중단된 이후 달라진 상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과는 교역량이 날로 늘어나고 있고 중국 내수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에 있는 대만이 최근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발효해 한·중 FTA를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우리 측의 민감 분야인 농축수산물 개방을 어느 정도 할 것이냐에 달렸다.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양국이 자국의 민감 분야를 어느 정도 개방할지를 먼저 정해놓고 FTA 협상을 시작하자는 방침이지만 중국은 협상부터 시작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중 FTA가 추진될 경우 가장 애가 타는 일본의 처지를 역이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과 협상을 먼저 시작하고 연이어 일본과도 협상을 함께 진행할 경우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며 “농산물도 중국과의 FTA에서는 피해 분야지만 일본과의 FTA에서는 우리가 얻는 분야여서 한국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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