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하도급 문제가 기승을 부리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들이다. 하지만 하도급 문제는 마치 영원히 풀리지 않을 문제처럼 숙제로 남아 있다.
전문건설업계 측은 이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권장사항'이 너무 많다는 데서 찾고 있다. 하도급 비리를 막겠다는 방안은 계속 쏟아져 나오지만 규제 강도가 낮아 '솜방망이'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3일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표준계약서 작성이 권장사항이다 보니 누가 표준계약서를 쓰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대금 직불제도 원청업체가 부도나 파산할 경우, 또는 2회 이상 대금이 지체된 경우 등에만 의무이지 사실상 권장 사항일 뿐"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같은 경우 중소 전문업체에게 기술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견실시공을 하게끔 해주지만 이 또한 권장사항이기 때문에 쉽사리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하도급 비리를 막겠다는 것은 말뿐"이라며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공사일 경우 300억 이상, 지방 공사일 경우 2억~100억이면 공동도급을 권장하는데 지난해 그렇게 많은 국가공사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단 한건만 공동도급으로 진행됐다"고 꼬집었다.
결국 하도급 문제가 개선되기 위해선 정부나 지자체가 대책만 남발할 것이 아니라 의무비율을 높이거나 강제화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율로 보면 하도급 비리가 크게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많이 개선이 됐다" 말했다. 이미 개선된 상황에서 강화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하도급 개선방안이 나오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서울시에서 뽑는 대금 직불제 비율이나 표준계약서 이행 비율은 관급에서 도출되는 수치이기 때문에 민간사업장에서 느끼는 온도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청 입장에 있는 종합건설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각종 규제는)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원도급자를 제치고 발주자가 하도급자의 대금을 주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원도급자는 하도급자의 책임까지 져야 하는데 돈이 원도급자로부터 나오지 않을 경우 하도급자들이 원도급자의 지시를 따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원도급자와 1차 하도급자와의 관계만 문제삼는 것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하도급 문제는 1차 하도급자가 2차 하도급자에게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종합건설사들의 입장이다.
종합건설업체는 대기업으로, 전문건설업체는 중소기업으로 보는 이분법적 구분도 문제라고 반박했다. 종합건설업체 중 소기업(50명 미만)이 96.1%인 반면 대기업은 1%도 안된는 상황에서 이분법적 접근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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