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소재 한 4년제 대학교 캠퍼스에서 기자와 만난 이 학교 공대 3학년에 재학 중인 A(남, 23)씨는 이렇게 최소한 졸업하기 전에는 중소기업에는 합격해도 가지 않고 대기업 입사에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분명히 했다.
A씨의 희망연봉은 3000만원 정도이다.
하지만 A씨는 설사 중소기업에서 희망하는 연봉을 지급한다 해도 중소기업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A씨는 “대기업에서만 성과급을 지급한다”며 “대기업은 경력 파워가 높고 주변에서 인정해 줄뿐만 아니라 (대기업 사원은 중소기업 사원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말했다.
이 학교 같은 과 3학년에 재학 중인 B(남 22)씨 역시 중소기업에서 희망연봉인 3-4000만원을 지급한다 해도 최소한 재학 중에는 대기업 입사시험에만 집중할 것임을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B씨는 A씨가 밝힌 이유 외에도 회사의 안전성 측면에서도 대기업을 선호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B씨는 “대기업은 오래 가는데 중소기업은 언제 망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노량진의 한 공무원 시험 학원에서 만난 C(남, 30)씨는 올해로 벌써 2년째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다가 직장을 그만 두고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중소기업 입사 등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공부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극심한 취업난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된 지 오래이고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대학생들의 중소기업 기피 풍조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기업·공무원 시험 같은 경우 매년 수십대 1에서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도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고용시장에서의 미스매치가 심해져 취업난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인천에 있는 한 주물업체 사장은 “(우리 회사) 직원들은 20명 정도인데 연봉이 3500-5000만원 정도”라며 “하지만 주물업체라 그런지 대졸자들이 안 온다. 내가 보기에 100만 실업자들은 모두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고용시장에서의 미스매치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각종 대우 등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사업체 규모별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5-9인 사업체는 지난 2007년 4분기 191만7000원, 2010년 4분기 202만원이었다.
300인 이상은 316만3000원, 333만2000원이었다.
사업체 규모별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총근로시간은 5-9인은 181.9시간, 185시간인 반면 300인 이상은 174.3시간, 171.8시간이었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대기업 근로자들보다 일은 더 많이 하면서도 임금은 훨씬 적게 받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대기업 근로자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임금체불이나 회사 폐업으로 인한 실업 같이 최소한의 생계조차 위협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임금체불 건수는 17만9503건인데 이 중 5인 미만 사업장에서 7만4278건, 5-29인 사업장에서 7만4947건이 발생해 전체 임금체불 건수의 83%를 넘었다.
또한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폐업된 사업자는 84만941명인데 이 중 78만5786명이 개입 사업자이다.
중소기업청의 한 관계자는 “개입 사업자는 거의 중소기업”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총 부도업체는 1569개인데 이 중 대기업은 4개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임금체불 등의 위험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역대 정부들이 대학 정원을 무분별하게 늘린 것도 고용시장에서의 미스매치를 심화시킨 한 요인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4년제 대학교 진학률과 진학생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1990년 20.6%, 15만6720명에서 2010년 53%, 33만5764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 일자리는 1993년 276만8728개에서 2010년 195만2000개로 줄었다.
고려대학교 고등교육정책연구소 안선회 연구교수는 “우리나라는 대졸자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고졸자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상태”라며 “대학 전체 정원을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노동시장의 분야별 수요에 따라 대학의 전공분야별로 대학 정원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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