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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기덕이 쏘아올린 참혹한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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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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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김기덕에 대한 첫 기억은 2004년 영화 ‘사마리아’ 언론시사회에서다. 지금은 없어진 스카라극장 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감독은 현장에 모여 든 취재진을 향해 ‘질문이 없다는 것은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라 내 영화를 이해 못한 것 아니냐’며 조롱했다. 당시 그의 발언에 일부 기자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기억이 생생하다.

하나를 통해 전체를 본다는 것은 분명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김기덕이 걸어온 지난 15년 간의 영화 인생을 살펴보면 그의 ‘일방통행’적 소통은 차라리 강요에 가까웠다. 그에게 불편한 시선을 던지는 일부의 시선이 그 이유다.

새로운 영화 문법의 창시자, 또는 가학에만 집착한 새디스트란 극단적 평가가 그를 양분해 왔다. 영화를 단순한 창작 활동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위안과 자기 치유의 도구로 삼아온 점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영화가 ‘수취인불명’이다. 당시 그는 영화에 대해 ‘시대로부터 거부된 자들에 대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국내 영화계의 주류 입성에 실패한 자기변명적 해석이었다.

다른 작품에서도 우리 사회와는 동떨어진 인물과 그 속의 폭력성에만 집착했다. 스스로가 피해자고 주류 진입을 막는 높다란 장벽의 실체를 외부에서 찾으려 노력하는 인상이었다.

지난 13일 칸에서 첫 상영된 그의 자전적 스토리를 담은 ‘아리랑’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처지와 심적 몰락을 외부에서 찾으려 애를 쓴다. 일부 영화인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 책임을 돌린다. 마지막에는 권총으로 그들을 찾아가 죽이는 장면까지 나온다. 자신이 당했다고 믿는 폭력을 폭력으로 되갚은 셈이다. 김 감독에게 묻는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진심으로 벗어났다고 믿는가. 당신의 유능함을 자기 연민 속에 묻어두는 실수의 연속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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