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를 바라던 호남과 영남이 강력반발하면서 ‘국론분열’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들 지방자치단체는 ‘승복하지 않겠다’고 선포해 자칫 현정부의 레임덕이 가속화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대구 등 영남권 ‘강력반발’…분도 폭발 ‘직전’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현 정부에 불만이 쌓인 대구·경북·울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 의원들은 16일 일제히 폭발했다. 개관적 기준만 놓고 볼 때 경북이 과학벨트 최적지임에도 정부가 ‘충청권 표심’을 의식했다는 지적이다.
포항과 울산에 세계 유수의 자동차.조선.철강 업체가 몰려있는 데다, 경북이 원전 및 가속기 분야의 ‘메카’로 불리는 만큼 연구.산업의 가장 큰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의원회관에서 농성 중인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선거 논리에 의해 역차별을 받아서는 승복 못한다”고 “대구.경북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나지 않으면 분노의 단계로 폭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 포항 출신 이병석 의원도 “지역 여론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라며 “정치 논리로 툭하면 ‘대통령 고향은 안된다’고 하는데 과학벨트와 대통령 고향이 무슨 상관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자체에선 단식농성과 법적대응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4일째 단식중인 김관용 경북지사는 “건설 중인 중저준위방폐장과 신원전을 반납할 의사가 있다”며 “경주 방폐장과 울진 신원전 등 경북지역에 유치한 원자력 시설을 반납하고 과학벨트 평가기준의 불공정성에 대해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김 지사는 또 “수도권 비대화를 조장하는 접근성 지표를 내세우고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등 평가기준의 비합리성에 대한 소송을 위해 자문변호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벨트 범시도민 유치본부를 비롯한 영남 지역 시민단체에서도 과학벨트 선정과 관련해 전면적인 정보공개 청구와 함께 입지평가 원천 무효 확인소송 등 법적대응에 나설 태세다.
◇호남 “우리가 들러리냐”…단식농성 돌입
광주·전남 의원들은 정부가 충청권 선정 방침을 정해둔 채, 호남 지역 등을 들러리 세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과학벨트 호남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광주가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지반 안정성 및 용지 조성에 대한 점수가 심사에서 축소되면서 호남 유치에 치명타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불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사전에 ‘대전 확정설’을 흘리는 등 국책사업인 과학벨트를 정치벨트화하고 정치 상품으로 만들었다”며 “이른바 보수대연합을 위한 포석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한 전남 의원은 “정부가 갈지자 행보를 보이면서 여러 기대감을 준 것이 오히려 배신감을 키운 격”이라고 질타했다.
광주시의회에선 윤봉근 의장 등 의장단 3명과 상임위원장 5명이 이날부터 정부의 과학벨트 입지 선정에 반대하면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정부는 특별법 제9조에서 정한 5가지 입지요건 중 광주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춘 ‘지반안정성’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적, 부’ 여부만 평가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거점지구 부지 축소, 입지결정 일자 바꾸기, 입지결정 결과 사전 언론 노출 등 불공정한 심사라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는 행위들을 자행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호남 지자체에선 선정 결과를 백지화하기 위한 법적 투쟁을 준비하다는 등 대여투쟁의 강도가 짙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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