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배추 가격 안정책으로 봄배추 재배면적 확대를 독려했기 때문인데, 생산량 예측에 실패하면서 배추가 여기저기 남아도는 실정이다. 배추 뿐만 아니라 양파와 파 등 다른 채소류 가격도 폭락하면서 정부의 수급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18일 소비자보호원이 운영하는 생필품 가격정보 사이트 ‘티프라이스(Tprice)’에 따르면 롯데마트서울역점에서 판매하는 배추가 1포기에 1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500원을 기록했던 한 달 전과 비교하면 50%이상 떨어졌고, 배춧값이 폭등했던 지난해 10월 1만2000원과 비교하면 90% 넘게 폭락했다. 양파가격도 한 달전 1개당 3480원에서 이달 들어 1800원까지 떨어졌다.
배춧값이 이처럼 폭락한 가장 큰 이유는 소비보다 생산이 엄청나게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이른바 배추 파동 이후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은 반면,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크게 늘었다.
김영록 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봄배추 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현재 봄배추 재배면적은 1만2132㏊로 평년 대비 16%,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생산예상량은 올해 63만2000톤(t)으로 평년대비 20%, 전년대비 3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체 생산물량 가운데 12만t이 남아돌 것으로 예상됐다.
김치수입량도 지난달말 기준 8만3000t으로 전년 동기보다 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정부는 배추가격 안정을 위해 지난 1월 중국산배추 2000t과 3월 300t을 긴급 수입한 바 있다.
양파 가격도 배춧값과 비슷한 배경에서 폭락하고 있다. 2009년부터 양파값이 뛰면서 많은 농가들이 너도나도 조생양파 묘종을 심으면서 공급량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겨울에 이상기온으로 가격상승 기대심리가 형성되면서 산지유통인과 상인들이 저장물량을 제때 방출하지 않았다가 올 들어 한꺼번에 내놓으면서 조생종과 출하량이 겹치게 됐다.
이처럼 배추와 양파 등 채소류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불안심리가 고조되면서 정부 수급정책이 물가불안을 오히려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가격 변동성이 크면 생산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의 인플레 기대심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정부가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올 초부터 채소류 공급량을 대폭 늘렸지만, 소비량 및 생산량 예측에 실패하면서 결국 그 피해가 농민과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