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북한은 라진과 선봉을 중국과 협력해 개발한다는 의지를 수차 표명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해 8월 방중때 ‘창지투 개방선도구’를 돌아봤으며, 이후 북한 내 권력 서열 3위인 최영림 내각총리가 이끄는 30여명의 대표단이 지난해 11월,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지난해 12월 이 곳을 집중 시찰한 바 있다.
중국 역시 창지투계획에 오는 2020년까지 457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며, 이 과정에서 큰 프로젝트들을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북중 양국은 오는 30일 경제개방특구로 지정한 나선시와 중국 접경도시인 훈춘(琿春)의 53㎞ 구간 도로 착공식을 양국 최고위층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 측은 동북3성이 중국은 물론 아시아ㆍ태평양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물류 전진기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북한 나선항이 그 관문이 될 수 있다. 그 대가로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부두 개발 투자를 포함한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 및 중국 기업 진출이라는 혜택을 볼 수 있다.
실제 올 초부터 중국산 석탄이 훈춘 해관을 거쳐 나선항으로 옮긴 뒤 화물선으로 상하이로 첫 출항했고 희토류ㆍ의약품ㆍ식품가공ㆍ기계제조 등 다양한 업종의 중국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지투 개발로 인해 라진항의 인프라가 개선되고 물류기지로서의 기능이 확대되면, 북한의 라진•선봉 일대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설 수 있다. 창지투 개발과 연계해 라진•선봉의 개방이 결실을 거두게 되면 북한측으로서는 산업, 관광, 물류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미 북한은 지난해 1월 라진•선봉이 특별시가 된 후 통관이 빨라지고 법이 변하는 등 경제여건이 많이 개선됐다. 다만 외환이나 금융분야에서는 아직도 초보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국제적인 차원에서 미국이나 프랑스 등의 투자를 유치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북한은 러시아에 라진항 부두를 임대했고 중국에도 1호부두를 준 상황이며 앞으로 9호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개발권을 매개로 서구 자본도 끌어들일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는 것.
결국 그 1차적인 관문이 중국의 창지투 계획인 셈이다. 북한은 중국과 전통적인 동맹관계가 있으며,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중국으로서는 북한경제를 어떤 식으로든 끌어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역시 지정학적으로 인접해 있고 공동의 이익이 있는 중국과의 협력을 최우선으로 삼을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와 함께 오는 28일에 북한 신의주 압록강변의 황금평을 중국 주도로 임가공 산업단지로 개발하는 착공식이 열릴 예정이다. 황금평 개발은 나선항 특구 개발과 함께 북중 경협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의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과 북한 외자유치를 담당하는 합영투자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개발방안을 주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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