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는 자신의 땅이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자 향후 받을 보상금을 담보로 13억원을 대출 받았다. 한 달 이자만 9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보상은 기약없이 미뤄졌다.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난이 원인이었다.
윤씨가 남긴 유서에는 “운정3지구 지장물 조사 다해놓고 시간 끌면, 주민이 미리 준비한 시간은 뭐냐”며 “저는 운정3지구 희생양입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운정3지구 때문에 너무 힘들었습니다. 빠른 보상을 위해 제 목숨 바칩니다”고 써 있었다.
윤씨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은 한 둘이 아니다. LH가 시행 중인 개발사업지구는 전국 414개. 이 중 약 33%인 138곳에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규모는 총 195.6㎢로 여의도 면적(8.4㎢)의 23배에 달하며 보상금액만 142조6800억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LH로 인해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도 있다. 서울 강남권에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으로 공급된 보금자리주택 입주자들이다. 향후 최소 수천만원에 이르는 시세 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LH가 공급할 보금자리주택은 총 150만 가구다. 이 중 수도권이 100만 가구, 지방이 50만 가구다. 수도권에서만 시범지구부터 5차 지구까지가 지정돼 약 28만 가구가 공급됐거나 분양될 예정이다.
LH는 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약 125조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공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LH가 보금자리주택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표면상으로 서민 주거 안정 때문이다. 속내는 정부의 눈치 살피기로 보인다. MB정부가 추진 중인 중점 사업 중 하나인데 공기업인 LH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한편에선 LH 때문에 죽고, 또 다른 편에선 이득을 보는 이가 있다. '해결 방안은 없는 것인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