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최근 국내 제조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일본 지진사태 이후 국내 산업계 변화와 대응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기업 24.8%는 일본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답변도 7.4%로 집계됐다.
또 ‘일본지진의 영향을 현재도 받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10.6%의 기업이 ‘수출입·부품조달 차질 등 피해를 겪고 있다’고 답했고, 5.0%는 ‘일본과 제3국 수출 등에 혜택이 계속되고 있다’고 답했다.
업종별 명암도 엇갈려 대일 부품의존도가 높은 기계와 전기전자 업종은 피해를 입은 반면 석유화학과 철강 등의 업종은 일본의 극심한 에너지난과 지진피해 복구과정에서 반사이익을 본 기업이 더 많았다.
일본으로부터 핵심부품을 조달하지만 세계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반도체업종, 그리고 식자재 조달에 차질을 겪었지만 방사능 누출로 대일수출이 급증한 식품업종 등은 피해와 수혜가 교차했다.
대한상의는 이같은 기업 설문결과와 지진혜택 사례를 바탕으로 에너지(발전기 등), 안전식품(생수 등), 피해복구산업(철강 등)이 일본지진 이후의 새로운 유망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일본지진의 영향으로 부품소재의 대일의존도가 완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응답기업 4곳 중 1곳(26.4%)은 ‘일본지진 이후 대응조치를 취했거나 추진 중에 있다’고 답했는데 대응활동으로 ‘일본이외 부품소재 조달선 확보’(26.5%)를 꼽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수출시장 다변화’(25.8%), ‘적정재고수준 확대’(24.2%), ‘안전관리대책 강화’(22.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 최근 지진공포와 전력난을 피해 해외로 진출하려는 일본기업들의 움직임이 포착된 가운데, 응답기업의 10.2%는 ‘해외진출에 관심 있는 일본기업을 알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일본대지진의 재발가능성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대일거래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일본기업의 한국진출은 국제사회의 이같은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어 다방면으로 윈윈효과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일본기업들의 해외진출 움직임이 활발한 요즘 안정적인 전력공급망, 우수한 제조기술력, 외국인투자에 대한 지원제도 등 한국의 강점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면서 “단순 유치 방식보다는 국내기업과의 합작법인 설립 등 양국기업간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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