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철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금과 연구관 |
1999년 자동차 제조업체인 볼보에 위기가 닥치자 회사의 상징이자 스웨덴의 상징이기도 했던 승용차 부문을 미국의 포드에 매각하고, 트럭과 디젤엔진 부문으로 슬림화 했다. 이후 볼보는 트럭 부문에서 유럽은 물론 미주 지역에서도 최상위를 달리고 있으며, 디젤엔진 부문에선 명실상부한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룩셈부르크는 1인당 GDP가 10만8832달러로 세계 1위이고, 행복지수도 높은 나라이지만 인구 49만명의 아주 작은 나라이다. 1960년대에 유럽의 다른 국가에서 하지 않던 금융센터를 구축하면서 유럽은 물론 세계 금융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관련법을 정비하고 언어의 벽을 헐어서 국민들은 누구나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등 국제금융의 허브가 되기 위하여 국가의 체질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2010년 11월28일부터 시작된 구제역과 뒤이어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우리나라 축산업은 갈가리 찢기고 상처를 입었다. 더군다나 지난 5월 4일 한·EU 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조만간에 한·미 FTA 비준안도 통과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안정적인 해외시장을 확보하고, 개방을 통한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의 명운을 건 선택이라고 한다. 현재 칠레, 싱가포르, 인도, EFTA, ASEAN 등 17개국과 FTA가 발효 중에 있고, 미국, EU, 페루 등 3개국과 협상이 타결돼 있다.
그러나 이들 농업 강대국들과의 FTA로 농업분야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 FTA로 15년간 농업생산액은 약 10조5000억원 감소가 예상되고, 과수·축산분야의 피해가 전체 피해액의 90%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EU FTA로 국내 농수산물 생산액 감소는 매년 증가하여 15년차에 3172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냉동삽겹살과 치즈류 등이 특히 수입이 많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악성질병 발생이나 FTA만 바라보면 한국 농축산업은 미래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꿈과 용기, 창조적 발상이 있으면 우리 농업의 미래를 밝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농가 가구당 경지면적은 평균 1.46ha로, 미국의 100분의 1수준 이다. 영농규모도 1ha미만인 소농이 전체 농민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작은 영농규모와 높은 경영비부담으로 인해 저가의 수입 농산물과 경쟁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비록 작은 경영규모이지만 혁신역량을 갖추고 경영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작지만 강한농업 ‘강소농’을 육성한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경기도 여주의 이남주씨는 혼과 열정을 담은 도전을 통해 1988년 느타리 봉지 재배법을 개발하여, 자연에 가장 가까운 건강버섯 생산에 성공했다. 현재 연간 매출 4억원을 달성했다. 경북 영천의 안흥석씨는 새로운 재배방식을 도입하여 양분을 집중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연간 매출 1억5000만원을 달성했다. 동원양계단지는 양계단지의 설립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지속적인 질병발생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단지회원의 농가의 태도변화와 컨설팅을 통해 전수받은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전국 최고수준의 산란율을 달성했고, 브랜드화 등을 통해 농가당 수익을 2억원 이상 올리고 있다. 소래영농조합은 우리맛닭을 이용하여 프리미엄급 제품을 개발하고 디자인과 포장을 개선했다. 또 마케팅을 다양화하여 연간 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와 같이 강소농은 나만의 고유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여 차별화하고 창의적 아이디어와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고객을 창출해야 하며, 성공시에는 노하우를 공유하게 되면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서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작지만 강한 축산업 강소농으로 농촌이 웃는다. 사람들이 다들 농촌으로 돌아오니까 농촌은 외롭지 않다. 그러면 농촌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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