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금융권은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국의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3%로 제시했는데 이는 3주 전 3.5%, 연초 4%에서 하향 조정한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도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2%까지 떨어뜨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찾아보면 미국 경제에 괜찮은 부분도 없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1일 미국 경제의 긍정적인 요소 5가지와 각각의 한계를 분석했다.
◇기업 수익 증가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미국 기업들의 수익은 20.4% 늘었다. 2004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금융위기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한 덕분이다.
문제는 늘어난 수익만큼의 투자와 고용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9000억 달러에 달했다.
기업들은 고용 대신 주주들에게 수익을 되돌려 주기 위해 배당과 주식환매,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나서고 있다고 포춘은 지적했다.
◇주택 매입 적기
포춘은 미국에서 주택을 사기에는 지금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적기라고 지적했다. 주택가격이 '부동산버블'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 주택가격은 2006년 정점에 비해 33% 추락했다.
그러나 거래는 부진하다. 주택 재고도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지난주 발표한 4월 주택거래 실적은 0.8% 줄었고, 기존 주택 재고는 380만채로 9.9% 급증했다. 포춘은 강화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규제와 고공행진하고 있는 실업률이 거래의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 랠리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주식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3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해 저점에서 30% 올랐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같은 호황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의 랠리는 미국 경제가 올해 본격적인 회복을 위한 모멘텀을 얻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는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달 말 연준이 2차 양적완화 프로그램(QE2)를 종료하면 주식시장이 조정기를 맞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계부(富) 증가
집값은 추락했지만 미국 가계의 자산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1분기 미국 가계의 자산은 2조1000억 달러 늘어난 56조8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부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등 미국인들이 금융 건전성을 강화한 결과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 가계는 2008년 9월 리먼사태 이후 1조300억 달러(8.2%)의 부채를 떨어냈고, 연체율은 5분기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여전히 재정적으로 취약한 상태라고 포춘은 지적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미국인들을 상대로 30일 안에 2000달러를 마련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본 결과,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제조업 경기 회복
되살아 나고 있는 제조업 경기도 미국 경제의 희망 가운데 하나다. 제조업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한 비중은 지난해 5.8% 증가했다. 3년만의 반전이었다.
제조업 경기의 회복은 고용시장에도 희소식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제조업계는 22만8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늘어난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인건비 상승이 미국을 가장 경쟁력 있는 제조업 허브 가운데 한 곳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의 제조업 활황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최근 수요 가운데 상당 부분은 기업들이 금융위기 이후 바닥났던 재고를 다시 채우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미국의 내구재 신규 주문은 3.6%로 감소했고, 수출은 1% 줄었다. 기업들이 신규 투자 고삐를 다시 죄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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