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고 지난달 1일 대책을 발표한 뒤, 보름 후에는 또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를 발표해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 얹었다. 도대체 시장을 살리려는 건지 죽이려는 건지 계속 엇박자로 나가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혹했다. 대부분 50~60점 정도의 낙제점을 줬다. 오히려 정부가 주택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대책 발표의 시기나 내용에 대해서도 대부분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책을 발표한 이후, 또 보금자리주택 추가 공급 등 시장을 죽이는 방안이 나오는 등 오락가락하는 일관성 없는 정책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발표만하고 실제로 시행은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비판했다.
◆ 일관성이 없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시의적절성이나 후속 조치 이행 측면에서 100점 만점에 40점에 불과하다"며 "주택 시장 안정화 측면에서도 그 동안 전셋값이 급등하는 등 문제가 많아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들어서만 '1·13 전월세 대책'을 비롯해 '2·11 전월세 보완 대책', '3·22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 '5·1대책'까지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정책을 남발한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침체 상태다. 이렇다 보니 주택 실수요자는 물론, 건설업계에서도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정부 정책은 평가 자체가 어려울 정도"라며 "주택 거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50점 미만, 주거 안정 측면에서는 6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소장도 "정부가 가계 부채를 줄이는 것하고 주택 거래를 활성화 시키는 것을 동시에 못하는 것 같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만 높아가고 있어 60점 정도 밖에 줄 수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부 입장이 이해 간다는 반응도 있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정부가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금융 규제를 가장 먼저 완화해야 하는데, 가계 부채 증가 문제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선 부동산 대책을 자주 내놓기 보다는 서민 주거 복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전·월세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신중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정책 신뢰도를 높여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책을 남발하지 말고 한번 발표한 정책은 후속 조치를 최대한 빨리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시장이 정부를 믿지 못하면 정책이 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 소장은 "정부가 가계 부채는 줄이면서 주택 거래를 늘리는 묘책은 없다"며 "대책만 자꾸 내놓지 말고 주택 시장을 살리겠다는 일관된 정책으로 시장에 불확실성을 없애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규정 본부장도 "정책에 확실히 합의된 내용만 포함시켜 효과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입주 정보 제공 등 작은 부분이라도 꼼꼼히 신경써서 후속 조치를 시행하도록 노력해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이 기본적으로 거래가 늘어나 시장이 정상화 되야 한다며 주택 거래 활성화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극도로 얼어붙은 거래시장이 풀리는 시급하다는 주문이다.
주택 거래를 늘리기 위해서는 다주택자 등 주택 보유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부가 그동안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 감면 등 다주택자들에게 혜택을 줘 주택 보유 의지를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이영진 이사는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다주택자에 대한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며 규제 완화를 시사한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다주택자들이 더 많은 주택을 가지게 하면 매물 부족으로 거래가 더욱 위축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 거래를 늘리려면 수요자들이 백화점에서 많은 물건을 보고 고르는 것처럼 다주택자들이 가진 매물을 쏟아내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올 하반기 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는 전세난에 대한 대책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는 평가다. 당장 침체된 주택 시장을 살리기는 어렵지만 전·월세 시장은 최대한 안정 시켜야 한다는 주문이다.
함 실장은 "올해 서울 도심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대거 추진되면서 상당한 이주 수요가 발생하고, 이는 곧 전세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는 전·월세 시장을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오는 7월 준공을 앞 둔 아파트(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임대단지 제외) 물량은 전국적으로 14개 단지, 9395가구에 불과한 상황이다.
김 본부장은 "올해 하반기에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전세 수요가 급증하며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기존 대책에 이미 포함된 미분양 주택의 전세 전환, 임대 및 소형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 등을 제대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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