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엠코 부사장으로 부임한지 4개월 만에 현대엠코 CEO(최고경영자) 반열에 올랐고, 다시 2개월 만에 ‘본가’인 현대건설 사장으로 금의환향하는 셈이다.
정 사장이 현대차그룹 내 2개 건설사의 CEO를 모두 맡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그 동안 제기되온 현대건설과 현대엠코 합병을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 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 인수 과정에서 “합병은 없다”고 했던 만큼 당장 합병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때문에 합병을 위한 포석 보다는 두 회사를 모두 경험한 정 사장에 대해 그룹에서 기대하는 것이 많다는 분석이다. 특히 6개월 남짓 현대엠코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그룹의 색깔을 현대건설에 입히려는 전략으로도 해석이 된다.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에서 한 솥밥을 먹었던 손효원 부사장이 이날 현대엠코 사장으로 임명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 사장과 손 사장은 같은 1952년생으로 서울대 건축학과 동문이다. 그 만큼 서로 잘 알고 있는 만큼, 향후 현대건설과 현대엠코의 역할분담이나 협력체제도 보다 원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사장은 건설업계 내에선 베테랑으로 꼽힌다. 1975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2009년 건축사업본부장(부사장)을 역임한 그는 35년간 국내·외 건설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온 건설 전문가다.
현대건설 재직 당시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 전성기를 이끌기도 했다.
조직관리 능력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는다. 정 사장은 현대엠코 사장을 맡으면서 직원들과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CEO 사랑방’을 만들어서 퀴즈 대회를 열기도 했다.
정 사장은 사석에서 음지(陰地)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말 그대로 남들은 알아주지 않지만 음지에서 일하겠다는 의도다.
사업추진력도 대단하다. 건축사업본부를 맡던 지난 2006년 2600가구 규모의 김포 고촌 힐스테이를 성공적으로 분양한 사례를 대표적이다. 정 사장은 당시 크리스마스 이브에 모델하우스 문을 여는 배짱을 보이기도 했다.
건축사업에서 현대건설이 두각을 보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정 사장의 영업력과 추진력 때문이라는 것이 회사 내부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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