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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 칼럼> 예술의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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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6-0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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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택 예술의전당 사무처장

예술사에서 역사적인 이정표나 위대한 업적을 쌓았던 위대한 예술가들의 인생을 살펴보면 일관성 있는 자세로 자신만의 세계를 개척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겸재 정선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진경산수 화법을 통해 그려낸 금강산의 그림을 보노라면 세월이 흘러가면서 자연을 대하는 정신세계의 변화를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젊었을 때에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금강산을 화폭에 담았으며, 세월이 흘러가면서 뚜렷한 주관과 자유로운 획이 화폭을 장식하게 된다. 겸재의 사례는 예술가의 경험과 환경이 작품을 미치는 영향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예는 비단 미술만이 아니라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 시대를 회자하는 음악적 조류를 창시하는데 크게 기여한 음악가들의 일생을 보더라도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눈을 감을 때까지 자신이 추구하는 주제에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의 연주장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작곡가의 작품이더라도 연주하는 아티스트마다 곡을 해석하는 기준이나 연주하는 형태가 놀라우리만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연주자마다 곡이 다르게 들리는 이유는 연주기술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더욱 중요한 요인은 그 곡을 연주하는 지휘자나 아티스트의 경험과 처한 환경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악보를 분석하고 음색을 만들어 내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연주자 개개인마다 다른 생체시계와 감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작품의 특징적인 부분을 표현하는 모멘트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일한 대상을 표현하더라도 저마다 다른 색채로 표현하고 관람하는 사람도 각기 다른 감정을 갖게 하는 이러한 현상은 예술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예술을 창작하는 과정을 지켜보거나 감상하는 관람객의 느낌을 물어보면 백인백색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그 이유는 예술작품의 제작과정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다양성’이기 때문이다.

‘다양’하다라는 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삼라만상을 표현하는 뜻으로 인류가 살아가면서 접하는 모든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것들은 사람에게 감정으로 부여하고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어 사람들은 그 다양함을 경험함으로써 창작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예술은 인간의 변화를 표현하고 자신이 느낀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매체로 사람과 사람의 의식체계를 연결시켜주는 또 하나의 언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언어에 순위를 매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술가마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메시지를 들려주거나 보여주는 기술이 저마다 다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예술현장을 찾다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나 단체가 연주하는 공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렇지 않은 공연에는 객석을 채우기도 힘든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프로그램북을 보다보면 콩쿠르에서 입상한 아티스트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심지어는 우리 사회가 순위 매기기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는 나머지 TV방송에서도 순위매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불어 대중들도 순위를 매기는 과정 중에 발생하는 긴장감에 마취되어 가고 있다.

한 코미디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된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기억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대중에게 웃음만을 선사해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어느 시대나 항상 그래왔듯이 한 시대의 모순이나 아픔을 풍자하고 꼬집을 수 있는 뼈있는 내용들은 어김없이 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서 희화화 되어왔다. 얼마 전 오래된 돌담길을 걷다보니 돌담을 이루고 있는 돌의 모양새들이 참으로 다양했다. 크기나 형태가 모두 제각각이었으며, 다양한 형태들이 어우러져 오랜 세월 사진 속의 담벼락이 굳건하게 서있을 수 있도록 지켜주고 있었으며, 그 모습은 마치 세상의 이치를 말해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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