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정·관계 로비 사건에 연루된 부산저축은행은 물론 영업정지를 당한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적정’ 감사 의견을 받았다.
저축은행의 분식회계를 회계법인이 눈감아줬다는 증거다. 이 과정에서 뇌물이나 부적절한 수수료 등 금품이 오고 갔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검찰은 문제가 드러난 회계법인 임직원을 형사처벌하는 ‘강수’를 뒀다.
수억원의 부당 수수료를 받고 부산저축은행의 분식회계를 묵인해준 회계법인 임직원들을 소환 조사한 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현행 외감법은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거짓으로 재무제표 또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형사처벌이 이뤄질 경우 지난 1999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이후 회계법인이 부실 감사로 처벌을 받는 첫 사례가 된다.
불법대출 의혹을 받고 있는 보해저축은행의 회계 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도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사에 대한 회계 감사를 진행했던 다인·성도·삼일회계법인 등도 검찰의 사정권 내에 들어있다.
저축은행 비리 사건과 관련해 회계법인들이 줄줄이 사법 처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 근절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고위 관계자들이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연루돼 잇따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면 전환용으로 회계법인 때리기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한 회계법인에 대해 다른 금융회사의 감사 업무 수임까지 제한키로 했다.
또 중소형 회계법인과 저축은행 간의 유착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대형 회계법인에 강제로 저축은행 외부 감사 업무를 맡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법적·제도적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선 회계법인의 책임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특정 기업이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더라도 회계법인 및 회계사가 일부러 묵인한 정황을 포착하지 못하면 처벌을 하기가 어렵다.
‘최고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처벌 수위도 약하다는 지적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 부정으로 인한 이익이 부정을 저지른 데 따른 제재보다 훨씬 큰 경우가 많다”며 “회계 담당자의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