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축은행 사태, 전형적 임기말 ‘권력형 게이트’
부실 저축은행 문제에서 정관계 로비 사건으로 확대된 이번 저축은행 사태는 지난 정부에서 나타났던 임기말 ‘권력형 게이트’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평이다.
이 대통령의 최 측근인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저축은행 비리사건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청와대를 향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해 권재진 민정수석,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김두우 기획관리실장, 그리고 백용호 정책실장까지 저축은행 비리 의혹 명단에 청와대 인사들이 ‘줄줄이’ 거론되고 있는 것.
이 대통령이 이번 문제를 두고 “성역없이 모든 사안을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도 자신의 측근들이 비리 연루 의혹에 잇따라 거론되면서 이어질 레임덕의 가속화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 현 권력에서 미래권력으로…가시화 되는 권력이동
최근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 나타난 두 사람 관계의 변화기류 역시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과 무관치 않다.
지난 3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했던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의 회동에서 두 사람은 당 화합 문제를 비롯해 민생과 대북 문제 등 전반적인 현안에 대한 의견을 두루 나눴다.
특히 이번 회동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도로 대화가 이뤄졌던 앞선 회동들과는 달리 박 전 대표의 의견 개진이 주를 이뤄 박 전 대표가 명실상부한 ‘국정 동반자’로서 인정을 받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는 “이번 회동을 통해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동등한 입장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동시에 향후 국정 운영 방향에 있어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박 전 대표 스스로도 보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세종시 등으로 대립각을 세웠던 모습과 달리 이 대통령이 스스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인정해 주는 듯 한 뉘앙스를 연출한 것.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한나라당은 이미 ‘박근혜당’이 됐다”며 “현 정국에서 박 전 대표의 목소리와 입지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 자명하며 현 정부도 이에 자연스럽게 편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새 원내 지도부 역시 각종 현안마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청와대의 입지를 좁히는 것도 레임덕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현 정부의 조기 레임덕은 예견된 것”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임기를 1년도 넘게 남긴 상황에서 ‘조기 레임덕’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율 교수는 현 정부의 레임덕에 대해 “보통 정권이 권력을 잡고나면 검찰 등의 권력기관 등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사유화 하려 드는데, 이럴 때 레임덕은 빨리 오게 돼 있다”며 “미국 같은 경우 레임덕은 보통 몇 개월 전에 온다고 보는데 지금 정부의 레임덕이 이렇게 빨리 왔다는 것은 현 정권이 공권력 사유화에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어 “레임덕을 늦추는 방법 중 하나는 정부가 시민사회를 파트너로 하는 것인데 현 정부는 시민사회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 역시 현 정부의 레임덕 가속화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 교수는 “레임덕에 들어섰다는 것은 이미 기정 사실”이라며 “지금 정부는 사실상 멈춰 섰다는 느낌이다. 앞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사실 이 대통령이 지난 3년 반 동안 추진한 것 중에 (국민들이 느끼기에)제대로 된 것이 없다. 4대강 역시 사실상 막힌 상태고, 국민의 동의도 못 얻고 있지 않느냐”며 “현재 저축은행 비리 등의 문제가 정부의 운영을 봉쇄할 것이고 또 다른 새로운 문제들도 계속해서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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