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국내 증권사도 해외 투자은행(IB)처럼 파생상품거래 실적을 따로 내놔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회계장부에서 자기자본투자(PI)를 통한 파생상품거래를 별도로 밝히지 않고 여기에 헤지거래나 기타매매를 합산시켜 내놓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는 PI보다 브로커리지에 치중하는 업계 수익 구조가 꼽혔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본총계 상위 5개 증권사는 2010 회계연도(2010.4.1~2011.3.31) 파생상품거래로 5439억원 수익을 올렸다.
전년 2조7751억원보다 80.40% 줄었다. 5개사는 장내파생상품으로 1902억원 손실을 기록한 반면 장외파생상품으로 7341억원 수익을 냈다. 장내파생상품에서는 5개사 모두 손실을 보인 반면 장외파생상품에서는 모두 수익을 거뒀다.
대우증권(1791억원) 우리투자증권(1515억원) 삼성증권(1466억원) 한국투자증권(573억원) 현대증권(92억원) 순으로 수익이 많았다.
증권가는 이런 수치만 가지고는 PI를 통한 파생상품거래 실적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을 상쇄하기 위한 헤지거래나 기타매매 실적도 합쳐진 만큼 회사가 PI 실적을 밝히지 않는다면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장외파생상품거래 수익을 보면 대부분이 ELS 자금을 헤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ELS는 주로 해외 금융기관에서 발행하는 같은 구조 상품을 사들여 상환자금을 헤지하는 백투백(Back to back) 방식을 쓴다.
증권사는 이런 거래를 통해 ELS 성과와 무관하게 수수료를 얻는 만큼 손실도 발생하지 않는다. 상위 5개 증권사가 장외파생상품거래로 모두 수익을 올린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됐다.
5개사는 2010 회계연도 ELS 수수료로만 2891억원을 벌었다. 전년 2283억원보다 26.64% 늘었다.
박은준 신영증권 연구원은 "증권사가 자기자본으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액수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회계장부에서 따로 구분하지 않는 것도 PI보다 브로커리지 비중이 훨씬 큰 업계 수익 구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행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영업정보 노출을 꺼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반면 해외 IB는 회계장부 주석을 통해 PI 관련 실적을 밝히고 있다.
박 연구원은 "IFRS 회계장부를 작성하는 해외 IB도 PI를 따로 구분할 의무는 없지만 대개 주석이나 별도 설명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로부터 PI 현황을 별도로 받고 있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 건전성 평가를 위해 PI 내역을 분기별로 집계하고 있다"며 "파생상품거래 관련 회계 제도 변경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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