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모으자던 등록금 난상토론… 한나라 '자충수'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대학생들이 빚이 남는 대학생활을 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길 바란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인사말과 함께 시작된 '난상토론'. 여당은 토론회를 통해 '반값 등록금' 정책 여론몰이 및 해결책 마련에 나섰으나, 기대와는 달리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15일 국회에서 대학 총장과 교수, 총학생회장,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대학등록금 부담완화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등록금 정책 실패의 책임을 토론회를 주최한 한나라당과 정부에 전가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올렸다.

전성원 인하대 총학생회장은 "4대강과 부자 감세는 서두를 일이 아니지만, 등록금은 대학생 생존권과 직결된 민생 문제"라며 "정부가 해결하는 것이 당연한데 현재 정부ㆍ여당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국민의 마음을 철렁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도 "반값 등록금 논의가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용 아니냐는 점 때문"이라며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집 팔아서 대학에 기부할 생각은 없는가. 정치인들은 자기 주머니에서 돈은 내지 않으면서 국민의 돈을 빼서 주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꼬집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은 "등록금 500만원이 250만원으로 줄면 가계부담은 줄고 소비진작으로 내수가 살아나는 선순환이 발생한다"며 "애가 타 죽겠는데 서두르지 말자는 대통령이나 재정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장관의 말은 충격이다. 출생에서 졸업까지 3억원이 드는데, 요람에서 졸업까지라도 사회에서 책임져달라"고 촉구했다.

등록금 문제를 둘러싼 학생과 언론·시민단체의 지적에 한나라당은 당내 원칙을 재차 확인하고, 문제 해결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진땀을 뺐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반값 등록금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다. 2006년 지방선거하면서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후 액면 '반값'이란 말을 쓸 수 있냐는 토론이 있어 이제 그런 말을 쓰지 않지만 주홍글씨처럼 낙인돼 있다"며 "저희는 무언 중에 국민들이 반값 정도 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투자가 어떻게 등록금 인하로 치환되는지, 취업후 학자금상환제(ICL)과 등록금 인하간 어느 정도의 균형이 있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해답을 줘야 하는게 저희 고민 중 하나"라고 에둘렀다.

또 "(등록금) 문제를 정면돌파하지 않고는 모든 문제가 옥죄여 있게 된다"며 "재정부담 문제는 의견수렴과 정부와의 교섭 단계가 있어 앞질러 갈 수 없지만 진정성을 갖고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정부의 역할론과 함께 대학의 책임론에 대한 의견도 적잖게 제기됐으며, 이에 대해 대학측은 정부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고 응수했다.

김수림 덕성여대 총학생회장은 "사학비리 문제 해결 없이 반값 등록금을 이뤄내도 4~5년 뒤에 다시 오른다.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내년 고지서에 반값 등록금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한림대 이영선 총장은 "등록금이 비싼 것은 모든 것을 학부모와 학생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라며 "문제를 푸는 방법은 정부가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든지, 미국처럼 기부문화를 확산시켜 대학이 민간에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주든지 해야 한다. 그런 제도적 변화 없이는 우리 문제를 풀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