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조를 이어가 수년 내에 세계 전자업계 최초로 연매출 2천억달러, 2020년에는 4천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목표다.
그러나 당장 올해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여 지난해 처음 가입한 ‘연간 매출 150조원-영업이익 15조원’ 클럽을 지킬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장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잠정치(가이던스) 발표에 투자자와 증권가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상반기 실적 ‘기대 이하’=2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매출 36조9천900억원, 영업이익 2조9천5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3% 줄어든 것이다.
휴대전화, 반도체 등이 나름 선방했음에도 TV, PC 등의 세계 시장이 침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해 부품인 LCD 등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2분기 들어서도 이어져 증권사들은 매출은 40조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면서도 영업이익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4조원을 넘느냐, 못 넘느냐를 놓고 엇갈린 전망을 했었으나 일제히 5천억원가량 내려 최근 3조5천억원 안팎으로 예측치를 하향조정했다.
애초 반도체와 LCD 가격이 1분기 말부터 회복될 것으로 업계 최고경영자(CEO)와 증권가가 잇따라 전망했지만 2분기에도 내내 바닥을 긴데다 글로벌 TV 및 PC·스마트폰 수요 부진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기존 전망치인 4조1천억원에 못 미치는 3조6천억원으로 예상했고, 우리투자증권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부진 여파로 3조4천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달 초 4조400억원에서 3조7천100억원으로 내렸던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3조5천500억원으로 또 낮췄고 한국투자증권은 3조4천억원, 대신증권은 3조5천억원대로 각각 내다봤다.
예측대로라면 삼성전자 상반기 매출은 77조원 안팎, 영업이익은 6조5천억원 안팎으로 지난해 동기(매출 72조5천억원, 영업이익 9조4천억원)와 비교해 매출은 4조~5조원 늘어나는 대신 영업이익은 3조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하반기 ‘기대 부응’할까=업계와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매출이 지난해를 크게 웃돌아 170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이 작년 수준을 넘어설지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영업이익은 7조8천700억원(3분기 4조8천600억원, 4분기 3조100억원)이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을 깨려면 하반기 영업이익이 11조원 이상 돼야 하고 ‘15조원 클럽’에서 탈퇴하지 않으려면 8조5천억원 이상의 실적을 내야 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상반기 실적은 조금 떨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하반기 경영 전망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될 것 같다”고 했다.
증권가와 업계도 반도체와 LCD 값이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한편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TV, PC,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완제품 수요도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3.9%에서 하반기 4.1%로, 한국 경제성장률은 3.8%에서 4.6%로 각각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 전망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국내외 경쟁사의 견제가 만만치 않은데다 D램 값은 계속 1달러에 못 미쳐 원가 이하에 팔리고, 2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낸드 플래시는 공급-수요자 간 팽팽한 줄다리기로 가격 협상조차 지연되고 있는 형편이며 LCD 값도 업계가 원하는 만큼 치고 올라갈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17조원 중 10조원 이상을 반도체로 쓸어담았다.
삼성전자가 하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여주면서 세계 전자업계 최초로 연매출 2천억달러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해줄지 주목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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