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하면 여타 은행은 물론 금융공기업과 보험사, 카드사도 일제히 이 제도 도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타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이 제도의 도입 취지는 이해하나 국내 정서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하위 직급은 호봉제를, 상위직급은 성과연봉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맡은 업무의 성과에 따라 연봉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현재 금융권에서 연봉제를 시행하는 곳은 공기업과 국책은행인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은행이다. 이들 기관은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라 전직원 성과연봉제를 적용했으며 기업은행은 부지점장급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다.
모 은행의 한 인사 총괄 담당 부행장은 “전반적으로 공정한 평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 직원을 상대로 성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하는 국내 정서를 고려하면 도입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각 영업점별로 성과를 내고 그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을 지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깨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성과연봉제는 이미 선진국에서 오랫동안 검증돼 온 바람직한 제도로 이를 시행하려면 국내 금융권이 좀더 '성숙'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그렇게 가기 위해서는 우선 평가에 대한 공정성 인식의 확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좋은 툴(Tool) 개발 ▲평가자의 인식·가치 개선을 꼽았다.
대부분 금융권 관계자들은 성과연봉제를 상위직급까지 시행하되 하위직급 도입은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국책은행의 어느 부행장은 “외환위기(IMF)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연봉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사실상 상위직급에 대해서는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업점을 이끌어가는 책임자의 경우 해당 점포에 대한 목표 달성 의무가 있고 리더의 역량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차등을 주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위직급은 자신이 개별적으로 주도하는 업무보다 리더의 지시를 받는 업무가 더 많으므로 성과주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외국계 은행의 한 임원은 "입사 후 최소 5~7년까지는 개인이 별달리 개성을 발휘할 수 없다"며 "이러한 한국적 문화를 고려해 하위 직급에는 호봉제를 그대로 가고 그 이상 직급부터는 개별적인 능력에 따라 보상을 해주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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