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금융당국 관계자와 은행, 보험 등 금융권 인사들은 지난달 27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프렌치플랜'을 화두로 논의를 벌였다.
프렌치플랜의 핵심은 금융권이 보유한 그리스 채권 가운데 2014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70%를 재투자하는 것이다. 50%는 30년 만기 그리스 국채로 바꾸고, 나머지 20%는 유럽재정안정기구(EFSF)가 발행하는 제로쿠폰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채권의 90%를 원금보장 없는 5년물 국채로 교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급한 대로 2014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 상환 부담을 덜어줘, 그리스가 추가 구제금융 및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통해 홀로설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프렌치플랜도 그리스의 '선택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시장의 평가는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사태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그리스 채권이 유럽연합(EU) 지원 하에 액면가로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해법의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 채권은 또 다른 피구제국인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위기 전이 우려가 큰 스페인, 이탈리아 채권들과 함께 수익률이 최근 급등하고 있어 정상적인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EU가 재정 지원을 통해 채권시장에서 이를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고위 관계자는 "유로존 구제금융펀드인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이 직간접적으로 그리스 채권을 액면가에 매입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수백억 유로의 그리스 채권을 보유한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FSF의 채권 매입 지원이나 ECB의 직접 매입 방안은 그리스 사태 초기에 논의된 바 있지만, 독일과 네덜란드 등이 반대해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국부펀드들이 그리스 채권 액면가 매입에 동참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프렌치플랜'도 여전히 논의선상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전 세계 400여개 대형은행을 대변하는 국제금융협회(IIF)와 투자자 및 유로 재무장관 회담 핵심 당사자간에 로마에서 협의됐으며, 오는 13일 파리에서 재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찰스 달라라 IIF 총재는 전날 회견에서 "논의가 큰 진전을 이뤘다"서 "협의의 범위가 2014년까지 만기가 되는 채권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프렌치플랜의 근거가 된 '브래디플랜'을 도입한 장본인이다.
브래디플랜은 1989년 니콜라스 브래디 당시 미국 재무장관이 남미를 구제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으로, 브래디는 이를 통해 남미 국가들의 채무를 일부 탕감해주고 미 정부가 지급 보증하는 브래디본드를 발행토록 해 자금 조달을 지원했다.
WSJ는 그러나 그리스 민간 채권단을 '자발적 차환'에 동참시키는 것이 근본적으로 여의치 않은 데다 설사 실현된다고 해도 2차 구제금융 지원을 위해 필요한 300억 유로의 절반 가량밖에는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WSJ는 또 차환과 관련해 금융시장이 이것을 '선택적 디폴트'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문제를 놓고 달라라는 '설사 그렇게 규정된다고 해도 엄청난 파국이 불가피할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ECB는 '선택적 디폴트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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