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쓰나미, 글로벌 외환시장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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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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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채협상·버냉키 악재…美 달러화 쓰레기 전락?<br/>日, 엔화값 급등 비상…당국 시장 개입 초읽기

(아주경제 김신회·이지은 기자) 국제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 탓이다. 유럽 재정위기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백악관과 의회의 공공부채 한도 증액 협상이 겉돌면서 미국은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목전에 두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13일(현지시간) 유럽 재정위기 진원지인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세 단계 강등했고, 무디스는 같은날 미국의 '트리플A(AAA)' 등급을 수 주 안에 강등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그 사이 유로화는 물론이고, 달러화 가치도 급락했다. 마침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 의장은 이날 의회에서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내비쳐 달러화 약세를 부추겼다.

양적완화는 제로(0) 수준인 기준금리를 더 낮출 수 없으니 돈을 찍어 경기를 부양한다는 전략이다. 시중에 풀리는 달러화가 늘어나는 만큼 통화가치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 2008년 10월부터 연준이 두 차례 양적완화를 시행하는 동안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5% 이상 빠졌다.

지난 3월 대지진 사태로 '잃어버린 10년'의 악몽을 되새김하고 있는 일본은 새우등이 터진 격이다. 세계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달러화가 투자 매력을 잃자 투자자들이 엔화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엔화값 급등은 수출에 악재로 작용하며 안 그래도 심한한 일본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부채협상·버냉키 악재…美 달러화 쓰레기 전락?
일각에서는 달러화가 '쓰레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과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이 달러화의 추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CNBC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인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스캇 마이너드 수석 투자전략가는 버냉키의 추가 양적완화 시사로 달러화 가치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종이화폐보다는 금, 예술품, 보석 등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환율 조작을 통한) 근린궁핍화 정책 시대에 살고 있다""며 "달러화를 비롯한 종이화폐는 결국 쓰레기로 전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연준은 QE3로 지난달 말 끝난 QE2를 대체할 것"이라면서 "QE3 실시는 필연적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이너드의 발언은 금값이 전날에 이어 이틀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버냉키는 이날 하원 재무위원회에 출석, 경기둔화 양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경우 추가로 경기부양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연준이 3차 양적완화프로그램(QE3) 실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시장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버냉키의 발언에 이어 무디스의 성명 내용이 알려지자 외환 전자거래시스템인 EBS에서 달러화 가치는 최근 최고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스위스 프랑화에 대해 사상 최저치로 밀렸다. 스위스프랑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최근 5거래일 동안 3% 올랐다.

◇日, 엔화값 급등 비상…당국 시장 개입 초읽기
엔화값이 급등하면서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도 다시 점쳐지고 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4개월래 최저치인 78.48엔까지 밀렸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3월 대지진 발생 직후인 같은달 17일 76.25엔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주요 7개국(G7)은 엔고 저지를 위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14일 오후 4시20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79.02엔을 기록 중이다.

엔화값이 뛴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 외환당국은 엔화값 급등 요인이 외부 악재인 만큼 아직까지는 시장 개입을 거리고 있는 분위기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전날 가진 회견에서 "당국의 개입은 시장 변동성이 극단으로 치닫거나 무질서한 움직임이 포착될 때로 제한돼야 한다" 밝혔다. 다만 그는 "시장이 다소 한 방향으로 치우친 면이 있다며, 시장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지진으로 경제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엔고가 수출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일본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을 오래 미루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글라스 보스윅 파로스트레이딩 외환 부문 책임자는 "일본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수출 경쟁력으로, 이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라며 "일본은행(BOJ)은 엔화 가치가 (수출 경쟁국인) 중국의 위안화와 한국의 원화에 대해 각각 1%, 5% 이상 더 오르면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은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가 9000선 아래로 추락하게 되는 것이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촉발하는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닛케이지수는 14일 9936.12로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77엔 밑으로 처지면서 증시에 미치는 충격이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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