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9월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당시 간 나오토 총리에게 패한 데 이어 1년 만에 다시 무릎을 꿇은 오자와의 정치적 입지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오자와는 이번에 가이에다를 꼭둑각시로 세워 내년 9월 대표 경선을 통해 대권에 도전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그의 대권 행보도 흔들리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오자와는 가이에다의 선거대책본부가 설치된 호텔에 방을 얻고 의원들과 민주당을 지원하는 업계 단체를 대상으로 조직적인 가이에다 득표전을 전개했다. 하지만 당내 주류와 젊은층 의원, 중간파 의원들 사이에 확산된 반(反) 오자와 정서를 극복하지 못했다.
오자와는 정치자금 문제로 당원 자격이 정지돼 당내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다. 이번 선거에서 가이에다를 대리로 세운 이유다.
오자와는 정치자금 문제로 재판을 앞두고 있는 데다 당권 장악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자파 의원들에 대한 구심력도 급속히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간사장으로 정권 창출을 주도했던 재작년 총선 직후 오자와 그룹은 150명을 넘나들었으나, 지금은 약 120명 수준으로 위축됐다. 오자와에게 자금지원과 공천권이 없는 만큼 계파 의원들의 추가 이탈도 예상된다.
한편 오자와의 대리로 경선 레이스 초반 승기를 잡은 것으로 평가됐던 가이에다는 난처한 상황에 몰렸다. 그는 이날 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 143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수를 얻지 못해 결선투표에서 노다 재무상과 겨뤄 패했다. 1차 투표가 끝난 뒤 중간파의 가노 미치히코 농림수산상 그룹이 노다 지지를 선언했고, 마에하라 세이지 그룹과 마부치 스미오 국토교통상도 노다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민주당 반 오자와 그룹에서는 가이에다가 총리가 될 경우, 오자와의 '수렴청정'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한편 당초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명됐던 마에하라 전 외무상은 재일한국인 등의 외국인 불법 정치자금 문제에 발목이 잡혀 대권 도전에 실패했다. 언론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 40%대로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지만, 당 내에서는 마에하라가 총리가 될 경우 자민당 등 야권이 정치자금 문제를 놓고 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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