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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영의 도란도란> 서울시장직과 OO색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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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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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요즘 서울에서는 아침 출근길이면 버스 오른편 머리맡에 매달린 '하늘색 깃발'을 볼 수 있다. 일터로 향하는 손님들을 태운 버스들은 나풀거리는 '하늘색 깃발'을 단 채 버스전용도로를 힘차게 내달린다.

깃발을 처음 본 사람들은 '왜 저기에 달려 있을까' 내심 궁금하다. 버스운전사에게 가서 물어보는 사람, 자기들끼리 이유를 상상해보는 사람, 가지가지다.

아침 출근길에 쉽게 만날 수 있는 버스 옆 깃발은 서울시내 미세먼지 농도가 45㎍/㎥ 이하인 날이면 어김없이 오전 6시부터 매달린다. 서울에서는 지난달 11일 2500대 버스를 시작으로 같은 달 15~16일 이틀을 제외하곤 매일 이 깃발이 꽂혔다.

깃발의 의미를 알고 난 시민들은 '오늘은 제주도처럼 맑은 날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맑은 서울 상징기를 보며 기분이 좋아진다.

'하늘색 깃발'은 정치권에서 또다른 의미의 중의적 표현으로 쓰인다. 모 정당의 색깔을 대변하는 색이기 때문이다.(서울시가 왜 굳이 파란색을 하늘색으로 표현한 것인지는 여기서 거론하지 않기로 한다.)

최근에는 '유리한 선거구'나 '탄탄대로의 정치인생' 등을 일컫는 상징적 표현으로 '00의 깃발을 꽂았다'라는 문장이 자주 쓰이기도 한다.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색으로, 기준이나 잣대를 깃발로 비유해 이를 합쳐 부르는 것이다.

서울시장직이 유력한 대권 도전 자리로 변질되기 시작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시장직은 '00의 깃발을 꽂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대권을 향한 도전에서 유리한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누가 먼저 이곳에 '깃발'을 꽂을 것인가가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된 것이다.

무상급식를 둘러싼 주민투표가 여야의 정치 대립 양상으로 치달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는 10월 26일, 서울시장직에 자신들의 깃발을 꼽기 위한 여야의 전투가 벌써부터 뜨겁다. 하지만 깃발을 꽂으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미세먼지가 아주 낮을 것, 깃발의 색이 혼탁하지 않을 것 등이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은 먼지가 많은 날에도, 깃발에 때가 묻어 있더라도 무조건 꽂고 보자는 식의 정쟁을 이곳 서울에서 벌이려 하고 있다.

서울시장직은 서울시민이 힘들게 일해 내는 세금을 가지고 시정을 잘 돌보라고 믿고 맡기는 자리다. 서울시민은 바보가 아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내년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던 지난달 12일에도, 서울시장직을 내걸었던 21일에도 맑은 서울을 상징하는 깃발은 하늘에서 흩날렸다. 투표율 저조로 그가 시장직에서 내려와야 했던 25일, 그날도 어김없이 이 깃발은 서울 하늘을 향해 힘차게 휘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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