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이처럼 급증한 요인을 분석해 다음 달 추석연휴 이후 추가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8월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26일 현재 4조9000억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8월은 다른 달보다 통상 '가계자금 비수기'로 꼽힌다는 점에서 이 같은 증가세는 비정상적이라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4조3000억원 늘어난 데 견주면 8월 가계대출 증가분은 벌써 약 14%나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2조6000억원(전월 대비 18.2%) 증가했고, 비은행권도 가세해 가계대출을 2조3000억원(전월 대비 9.5%) 늘렸다.
가계대출은 지난 6월말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나온 이후 두 달 동안 10조원 안팎으로 사상 최대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7∼8월 기준 가계대출 증가액은 2006년 7조1000억원, 2007년 7조9000억원, 2008년 8조1000억원, 2009년 9조원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6조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당국은 일부 은행의 대출 중단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멈추지 않은 원인으로 전세자금대출 수요와 마이너스통장 등을 꼽았다.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실수요로 분류되는 전세자금대출이 늘어나는 데다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은행의 통제 밖에 있기 때문이다.
또 대출이 전면 중단되지 않은 다른 은행에 '반사효과'가 나타나는 모습도 보였다.
가계대출을 가장 먼저 중단한 농협중앙회가 8월 1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우리·신한·국민은행은 5000억원 넘게 늘었고 하나은행도 3000억원 증가했다.
당국은 추석 자금수요가 있는 이달 초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가계부채 추가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여러 금융기관에 복수 채무가 있는 경우 등 고위험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방안이 가장 유력시된다.
적정 수준을 넘는 금액에 대해선 준비금을 쌓도록 하는 방식도 거론되지만,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추가 인하는 현재로선 고려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지나치게 크게 가져가거나 신규가 아닌 기존 대출까지 금리를 높게 매기는 행위를 엄밀히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은 아울러 최근 대출을 급격히 늘린 은행 가운데 소득증빙 서류를 받지 않거나 상환능력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은 정황이 포착되면 특별검사도 벌일 계획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