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가 막강한 중앙·지역당 세력을 보유한 한나라당·민주당의 양강 구도에서 대중적 지지를 얻는 안 원장과 박 이사의 등장으로 '여·야·무소속' 간 3자 대결 양상으로 변한 것이다.
청장년층의 멘토로 일컫어지는 이들이 내년 총·대선의 분기점이 될 이번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킬지, 과거 무소속 정치인들처럼 조직이나 세력에 밀려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지 관심사다.
◆ "기존 정당 '그나물에 그밥'"… "새 희망 찾겠다"
10·26 서울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무소속 후보들이 급부상한 것은 현재의 정당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심정 변화가 가장 큰 이유다.
"최선보단 차악을 뽑겠다"는 기존의 투표 행태가 "좋은 인물을 선출시키겠다"는 양성(陽性)론으로 바뀐 것이다. 비정치인 출신인 안철수 원장과 사회운동가인 박원순 이사 등이 뜬 것도 '인물론'에 포커스가 맞춰졌기 때문.
또 이들이 탈이념적·탈정파적인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높은 지지를 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안 원장은 그동안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꾸준히 높여왔고, 박 이사는 사회개혁을 주장하며 대선주자급 인물로 분류돼 왔다.
이들이 10·26 재보선에서 파괴력을 발휘할 경우 현재의 양당 구도를 허무는 것은 물론 기존 정치질서의 재편을 초래, 내년 총선과 대선 판도까지 크게 뒤흔들 가능성도 높다.
이와 함께 1970~1990년대 한국정치를 이끌어온 '3김 시대'가 종식됐음에도 한나라·민주당이 여전히 지역정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무소속 인사들의 부각을 뒷받침했다.
◆ 무소속 '돌풍'이냐 제2의 '박찬종 신드롬'이냐
무소속 인사들이 돌풍을 일으킬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하지만 이들이 가진 정치적 파괴력은 부정할 수 없다. 이들이 출마를 결정할 경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연쇄적인 '세몰이'가 이뤄질 수 있고, 이 경우 진보정당인 민주당은 물론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표심까지 사로잡을 수 있다.
안 원장 측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경우 여야 대결에 질린 중간층뿐 아니라 기존 정당에 충성도가 약한 유권자들을 대거 흡수해 당선권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서울시 유권자 중 '지지 정당이 없다'고 응답하는 무당파가 30% 안팎으로 많은 편이고, 진보부터 보수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여야가 안 원장과 박 이사를 영입하려했던 것도 이들의 인기와 정치적 자산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선거 과정에서 무소속 인사들의 행보와 역량에 따라 상황이 변할 것이란 '거품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거품붕괴를 막기 위해선 당 차원의 안정적인 지원과 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이 뒷심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995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선거전 초반 압도적 선두를 달리다가 결국 2위로 낙선한 박찬종 전 의원의 경우와 비슷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박 전 의원은 지방자치의 탈정치화를 주장해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제 2의 박찬종'이란 평가를 두곤 △3김 정치 마감에 따른 지역구도 약화 △무소속 인사들의 전향적인 미래비전 제시 △진보세력의 주류화 등 여러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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