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업체 CMA에 따르면 전날 CDS를 통해 1000만 달러 어치의 5년 만기 그리스 국채를 보장받는 비용은 연간 수수료 10만 달러와 선불금 580만 달러에 이른다. 이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지난 9일 550만 달러에서 30만 달러 오른 것이다.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가 고조된 것은 무엇보다 이 나라 정부의 재정개혁이 지지부진한 탓이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 지원 조건으로 제시한 재정적자 감축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목표치와의 차이는 오히려 22%로 확대됐다. 그리스의 단기 디폴트 우려가 커지면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날 70%까지 치솟았고, 증시 벤치마크 지수는 최근 7주 사이 3분의 1 가량 떨어졌다.
경제 전망도 악화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5% 위축될 것으로 점치고 있는데, 이는 유럽위원회(EC) 전망치 '-3.87%'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날 유로화는 엔화에 대해 200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의 전이 리스크도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유럽 은행권의 부도 위험이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소시에테제네랄을 비롯한 프랑스 대형 은행들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유럽 15개국의 CDS 프리미엄을 반영하는 마킷아이트랙스 SovX서유럽지수는 전날 18베이시스포인트(bp·1bp는 0.01%포인트) 올라 사상 최고치인 354를 기록했고, 25개 은행과 보험사의 우선 순위 부채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마킷아이트랙스 금융지수는 14bp 상승한 314로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키 만 소시에테제네랄 투자전략가는 "다음 재정위기국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거론되고 있고, 유럽 은행권 전체가 영향권에 드는 만큼 재정위기의 전이 충격은 심각할 것"이라며 "이탈리아와 스페인, 유럽 은행권은 이미 극심한 압력에 노출돼 있으며,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독일이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은 특히 프랑스 은행권에 일격을 가했다.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것으로 알려진 BNP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트아그리콜 등 프랑스 3대 은행의 경우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CDS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고, 주가는 10% 넘게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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