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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ng interval, Micro lens anti-motion lenticular, 118x96cm, 2011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알의 움직임, 렌티큘러기법의 진화다.
지난 2007년 로댕갤러리(현 플라토)에서 '3.5차원의 영역'전을 연이후 4년만에 조각가 윤영석(경원대 교수)이 개인전을 연다.
15일부터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서울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 타이틀은 'Timelessness'. 시간에 대한 개념을 시각적인 이미지들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보여준다. 렌티큘러 작품 20여점, 조각 3점, 디지털 드로잉 10여점이다.
오히려 관객들의 움직임을 쫓아 초점을 잡으려 움직이고 있는 렌즈와 뼈가 새겨진 알과 포탄 그리고 양의 뿔로 만들어진 독수리의 발톱 등과 같은 조각 작품들을 전시했다.
'시간'은 작가의 화두. 이번 전시 역시 그 동안 추구해 왔던 '시간과 생명'에 대한 구체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는 지난 1994년 가나 아트 센터에서 김종영 조각상 수상 전시인 '생물학적 사물, 심리적인 사물' 전을 시작으로, 1999년 토탈미술관에서 진행한 '시간의 사원' 전 등을 통해 끊임없이 시간과 생명이라는 주제를 시각적으로 연구해 왔다.
"시간과 공간의 차이와 사이, 미묘한 움직임, 심리적인 움직임과 차이에서 흔들림을 만들고 느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가에 주목했습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것들, 날씨나 체감온도, 사람이나 사물의 본성과 관성, 정의나 도덕, 믿음 등이 흔들리고 있는 것.끊임없는 욕망이 개입하여 자연처럼 치유되고 반복되던 것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그 차이와 사이를 드러내는 일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작가는 순간의 움직임을 포착하며 그것을 무한으로 반복하게 하는 렌티큘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3D 입체 알을 통해 시간을 보여준다. 실제로 손에 잡힐 듯하고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고 커지고 작아지는 효과까지 선보인다.
"렌티큘러는 인간의 눈이 갖는 존재론적인 문제를 건드립니다. 사람의 두 눈, 즉 양안의 시차에 의해 발생되는 착시이며 착각을 이용한 것이기에 그렇지요."
하지만 재료가 너무 섬세하고 민감해서 다루기가 매우 어렵다. 시작에서 완성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다.
작가는 "몇 mm만 어긋나도 구현하는데 문제가 발생한다. 단순한 변화는 쉽지만 섬세한 움직임을 만들어 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며 "지금까지 경험하거나 봐왔던 현대미술의 미디어 중에 가장 섬세하고 까다로운 매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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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the Moon, digital print, 90x70cm, 2011 |
작품 전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알'. 탄생 배경은 일상생활에서 나왔다.
"90년 초 유학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는 매일 아침 빵을 먹고있습니다. 술을 마신 다음날 아침 해장도 빵과 블루베리 주스로 해결할 정도지요. 아침식사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후라이팬을 전기렌지위에 올리고 달걀 한알을 깨트리는 것인데 거의 비몽사몽 이 일을 매일 아침 반복하고 있습니다. "
그러던 그가 작년봄 늦잠에서 깨어나 관성적으로 깨트린 달걀은 너무나 아름답고 선명한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유정란이었다.
그는 매일 근원을 알 수 없는 한 생명을 거의 기계적으로 섭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알을 꺼내 한동안 책상 위에 놓아 두었다.
"이 뻔한 오브제가 마치 생명의 시원을 이야기해줄 중요한 단서가 되 줄 것만 같았습니다. 다시 보고 다시 보니 신비의 극치가 아닐 수 없었지요."
그는 일단 점토로 알을 만들고 한참 뒤에 뼈를 새겨 넣었다. 그 후 렌티큘러로 섬세하게 움직이는 알의 이미지를 만드는 연구에 몰두했다. 무려 10개월의 시간을 매달려 섬세하게 움직이는 알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
존재하지 않은 시간의 존재,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은 것일까.
"작품들이 보여주는 반복과 차이를 발견하면서 시지각에 대한 새로운 변화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정상적 보기와 병리적 보기, 착시와 오시는 정상적인 보기와 어떻게 다른가. 착시와 오시에 주목한 새로운 감각의 발견을 통해 혼돈의 시지각에 대한 하나의 균형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전시는 10월 16일까지.(02)7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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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윤영석. |
◆수 상=2009 제14회 김세중 조각상 본상, 992 제 2 회 우성 김종영 조각상,1989 제 9회, 10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조각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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