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외교적 다각화는 지난 7월 28(현지시간) 북ㆍ미 고위급회담에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은 6자회담 조기 재개 의사 표명에 이어 북ㆍ미 관계 정상화, 대북제재 해제 등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 우라늄 농축의 위법성, 핵실험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을 제기했다.
회담 결과에 대해 일부에서는 특별한 합의나 공동보도문이 없다는 점에서 ‘성과 없는 대화’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1년7개월여 만에 대화의 장이 마련됐다는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우려하기도 한다.
4년4개월 만에 성사된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문임에도, 미국은 경호원이나 별도의 영접차량을 준비하지 않는 등 일행을‘푸대접’했지만 북측은 이에 개의치 않고 북ㆍ미 관계 개선에 대한 낙관적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에 반해 발리에서 열린 남북 비핵화회담 때 북한은 우리 정부의 금강산 관광 실무 회담 제안에 대해 ‘선(先)재산 정리, 후(後)당국 회담’을 주장하며 거부했다.
북한의 이런 통미봉남식 행보에 대해 정부는 "북한이 우리와 기싸움을 벌이면서 앞으로 남북대화에서 협상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 같다"며 "설사 북한이 통미봉남을 생각하고 있다 해도 한ㆍ미 간 공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잘 대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ㆍ미 대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對)중국관련 소식통은 "통미통남(通美通南)을 위해 남북 대화와 북ㆍ미 대화의 선순환 구도의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정부가 최근 남북관계 개선에 약간의 유연함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얼어 붙은 대북정책기조에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놓고 우리 외교력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국방연구원 김철우 안보전력연구센터 박사는 14일 "장기 집권과 독재 등의 역사적 이력이 약점이라면 약점이고 강점 이라면 강점인 우리의 사정이, 최근 7자회담 같은 관계의 수가 더 많아지는 비대칭 현상에서 우리측에 꼭 유리하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류우익 카드의 등장 등을 적절히 이용해 보려는 눈치다.
정치권에서는 납북관계를 위한 대북정책에 어느정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전환이 감지되고 있다.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이 바로 그것이다.
김 박사도 박 전 한나라당 대표의 기고문의 내용을 인용해 "군사적 문제는 강력하게 대처하되 북한에 대해 남북 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을 제안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국방 전문가는 "어찌됐든 한미 관계는 주변적 요소가 많은 관계인 점을 감안해, 남북관계를 정상궤도로 올려 놓아야 미국과 중국이 다른 생각이 있어도(위험요소가 적다)"라고 말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남북 대화의 복원에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대화가 복원되면 한 축으로는 천안함·연평도 문제와 군사적 신뢰 구축 문제를 논의하고, 다른 축으로는 부담이 덜한 민간교류·인도적 협력 문제를 논의해나가 북ㆍ미 관계에 맞춘 남북관계의 시동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