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그가 제일저축은행 행원으로 입사해 제일2저축은행 행장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로 업계에서 귀감이 돼왔던터라 애석함은 더 크다.
23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제일2저축은행 본점에서 투신 자살한 정 행장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별다른 내색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임원들에게 "압수수색에 협조를 잘 하라. 모든 일은 내가 다 책임지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정 행장은 앞서 낮 12시경 3층 행장실에서 마지막으로 직원들에게 목격됐고 당시 검찰은 2층을 압수수색 중이었다.
이어 12시5분경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제일2상호저축은행 본점 옆 골목에 정 행장이 엎드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순찰 중이던 관할 파출소 경찰관이 발견했다.
현재 정 행장의 투신자살 소식을 접한 제일2저축은행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제일2저축은행의 한 임원은 "정 행장은 육군 학사장교 출신으로 강직한 성품이었다"며 "최근 영업정지와 이날 압수수색 등 악재가 겹치면서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모회사인 제일저축은행의 이용준 행장은 "현재로선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동안 금융감독원의 경영진단에 대응하느라 서로 만날 시간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이 모두 불법대출을 저질렀지만, 업계에선 정 행장이 불법대출 등 비리에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계열사의 여·수신은 보통 모회사의 결정을 따르는 데다 정 행장의 경우 1986년 제일저축은행의 영업부 행원 출신으로 지난 2005년 행장에 선임돼 제일·제일2저축은행의 중요 의사결정에 발언권이 그다지 세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제일2저축은행은 최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실적이 양호한 상황이었다"며 "영업정지 사유도 제일저축은행이 영업정지돼 자회사로 그 여파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아는데 이런 일이 생겨 유감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 행장은 저축은행 업계 후배들 사이에서도 귀감이 돼 온 분"이라며 "행원 출신이 행장이 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분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돼 정말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편, 정 행장의 투신 자살 소식을 전해들은 저축은행 합동수사단에서도 "협조를 잘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동수사단장을 맡은 권익환 부장검사는 “검찰이 협조를 당부하자 본인이 협조하겠다고 했다고 한다”며 “은행이 영업정지되고 검찰 수사까지 앞두고 있어 많은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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