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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지원 서화전 연 신영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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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28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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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붓글씨에서 피어난 제자 사랑  <br/> <br/> <br/> <br/>[IMG:CENTER:CMS:HNSX.20110901.004056047.02.JPG:]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복지와 상생이 화두가 된 건 우리 사회에서 공감의 문화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익만 쫒는 각박한 사회 속에서 살다보니 타인과의 소통에 목 마르게 된 거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70)가 ‘공감 전도사’로 나섰다. 지속적으로 나눔활동을 해온 그가 이번에는 성공회대 교수들과 함께 지난달 24일~30일까지 ‘아름다운 동행’을 주제로 서화전을 열었다. 등록금 문제로 고통받는 제자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그는 “학생들의 처지에 공감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며 “방문객이 학생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렇게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신 석좌교수는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일하던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감옥에서 20년을 보냈다. 처음에는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1970년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특별가석방,사면·복권을 거쳐 1998년 성공회대 교수로 정식 임용됐다.
 
 그는 훗날 “감옥 20년의 삶이 인생을 완전히 바꾼 진정한 ‘나의 대학시절’이었다”라고 술회했다. 한학의 대가인 노촌 이구영 선생과 같은 방을 쓰며 동양철학을 배웠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서예를 익혔다.
 
 신 석좌교수는 “함께 밑바닥 생활을 하다보니 수형자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다 내 일처럼 와닿았다”며 “당시 공감할 줄 아는 자세를 배운 게 이번 서화전을 여는 데도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서화전 참가자들은 수익금 전액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신 석좌교수의 작품은 보통 다른 작품보다 비싸게 팔리지만 개막 첫날 5점 중 4점의 구매예약이 끝났다. 몇몇 작품은 추가 제작주문까지 들어왔다.신 석좌교수가 일부러 어떤 작품이 잘 팔릴까를 궁리해서 출품한 건 아니다. 그는 “서화전을 찾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은 내용을 출품작에 담았다”고 말했다.
 
 그가 낸 작품은 소주 회사에 써준 붓글씨로 유명한 ‘처음처럼’,당나라 문인 유종원의 글 ‘종수곽탁타전(種樹郭駝傳)’,판소리 ‘춘향가’에서 춘향이가 옥에 갇힌 채로 이몽룡과 해후하는 대목 등이다. 특히 그는 춘향가 작품에 다른 작품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다른 작품들은 서화 한 장 또는 두 쪽 병풍이지만 춘향가는 여섯 쪽 병풍이다.
 
 신 석좌교수는 “이번에 출품한 것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며 “춘향전의 그 대목을 처음 읽었을 때 나도 옥중에 있던 터라 춘향이의 심정에 깊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고희의 나이가 됐지만 신 석좌교수는 아직 쉴 생각이 없다.
 
 그는 “각박한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며 “한 사람 한 사람과 소통하며 우리 사회 공감의 폭을 넓혀가고 싶다”고 말했다.
 
 “선(善)한 삶을 사세요.선하다는 건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며 관계를 아름답게 한다는 것입니다.진정한 행복은 인간관계에서 나옵니다.” 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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