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기자가 지난 9월 초 베이징~광저우를 잇는 징주(京珠) 고속도로를 지나가는 데 도로 옆 광고판 곳곳에 부동산 관련 광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광고판 10개 중 9개는 부동산 개발업체 광고일 정도였죠.
현재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왜 이처럼 판매 광고에 열을 올리는 지 그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오늘은 돈 빌릴 곳은 마땅치 않고 주택 판매량은 급감하면서 부채에 허덕이게 된 중국 부동산개발업체의 현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수 년간 중국 전역에 불고 있는 부동산 투기 광풍을 타고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도 짭짤한 수익을 누렸습니다.
특히 금융위기가 발발한 지난 2008년 말 중국 정부에서 4조위안(당시 환율 800조원)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경기는 활활 타올랐죠.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중국 부동산 업계가 챙긴 수익은 무려 17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됐죠. 경기 부양책에 따른 과실을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따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결국 중국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지난 2010년 1월, 4월, 그리고 9월 연이어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는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여기에는 1가구 3주택 이상 매입 금지, 부동산 대출금리 인상, 부동산 보유세 신설 등 강도 높은 부동산 시장 억제 정책이 포함됐습니다.
처음엔 꿈쩍도 하지 않던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들도 점차 정책이 효과를 보이면서 결국 경영난에 빠졌습니다.
은행에서 대출이 막힌데다가 자본시장도 침체돼 있어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것입니다. 여기에 주택 거래량까지 급감하면서 쏟아부은 돈을 회수할 길이 없게 된 것입니다.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 주택 재고량은 나날이 늘어만가고 있습니다. 베이징 중위안(中原)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7월 초 기준 중국 11개 주요도시 주택 재고량이 63만4000가구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죠.
이에 따라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아직 규제가 덜 심한 2,3선 도시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이곳 역시 조만간 정부가 손을 쓸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택 시장이 다소 침체돼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중국 은행관리감독회 류밍캉(劉明康) 주석은 최근 "부동산 개발업체 대출, 개인 주택구매 대출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앞으로도 이어나갈 것"이라며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다시 한 번 강력히 드러내기도 했죠.
이에 따라 업계에는 ‘이제 좋은 시절도 다 갔구나’는 한숨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최근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해 이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죠. S&P는 2012년 중국 전역에서 부동산 판매량은 10%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중국 광파(廣發)증권은 중국 상장 부동산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자산 부채율이 75.3%로 최근 5년 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최대 부동산 업체인 완커(萬科)의 경우 자산 부채율이 62.4%, 바오리(保利) 부동산은 69.4% 등 부채 수준이 어마어마합니다. 덩달아 중국 증시도 부동산 관련주를 중심으로 연일 폭락세를 거듭하고 있죠.
이에 따라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도 하고, 주택 분양가를 10~20% 낮추고서라도 자금을 조달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아보입니다.
향후 중국 주택 가격이 본격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속속 나오면서 부동산 개발업자의 장밋빛 미래도 당분간은 보장하기 힘들 것으로 예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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