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제적 기준’과 ‘국민들의 소비지출구조 변화’ 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올해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교체하려는 것은 시기상 어떤‘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동일 품목 내에 복수의 규격이 있으면 기하평균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단순하게 산술평균해 품목의 가격 상승률을 측정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항목 간 발생하는 대체효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물가가 실제보다 높게 계산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면 현재 토마토는 ‘일반 토마토’와 ‘방울토마토’두 가지 규격이 있다. 일반토마토 가격이 10%, 방울토마토가 5% 오르면 토마토의 가격 상승률은 7.5%라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기하평균(각 항목 상승률 곱의 제곱근)을 이용하면 토마토 가격 상승률은 7.1%다. 계산기법의 변경으로 물가지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적 기준에 맞춘 ‘합리적 조정’은 핑계라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교체 시기를 두고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1990년대부터 적용됐던 방법을 지금에서야 적용하는 것은 어떤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증권사의 거시경제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연 4% 물가 목표 달성을 실패할 것이란 가정이 현실화되면서 가시적인 수치라도 낮추려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근원물가 산정방식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 근원물가 산정방식이 물가상승 압력을 대변하는 지수로 작용하고 있어 향후 국제 기준에 맞추는 방법으로 근원물가 산정방식을 변경해 11월 초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근원물가는 농산물 및 석유류 지수만을 제외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OECD 산정 방식대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근원물가 산정방식은 489개 품목에서 농산물·석유류 53개 품목을 제외하고 측정하고 있지만 OECD의 근원물가 산정 항목에는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식품까지 제외해 348개 품목만 측정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제외되는 항목의 범위가 더 넓어진다.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올해 1~7월 기준)였던 근원물가 상승률을 OECD 방식으로 산정하면 상승률이 2.7%까지 떨어진다.
즉 가격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가격을 제외하는 것이므로 지금보다 안정적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근원물가 산정기준 교체 시기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원물가 산정 기준이 바뀌면 정부가 의도한 대로 기대인플레이션은 잡을 수 있지만 고물가에 대한 책임회피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리서치 센터 관계자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높다는 것은 정부 물가정책이 실패하고 있음을 증명한다”며 “지금이라도 근원물가 지수를 낮춰 책임을 피해가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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